등급 지켰지만 웃지 못하는 건설사…관건은 '현금흐름'
2026-07-22 15:28:12 2026-07-22 15:42:4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에서 대부분 기존 등급을 유지하며 급격한 신용도 하락은 피했습니다. 다만 이번 등급 유지는 업황 회복의 신호라기보다 재무 부담을 방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반기에는 공사 미수금 회수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리 여부에 따라 건설사별 신용도와 자금조달 여건이 한층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의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건설사 대부분이 기존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한신평은 평가 대상 건설사 중 하향 사례가 없었으며 포스코이앤씨의 'A+/부정적'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나신평과 한기평은 지난 2월 대우건설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데 이어 6월 정기평가에서도 이를 유지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 가운데 등급 전망이 하향된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합니다. 나신평은 이 밖에 흥화의 전망 하향과 태왕이앤씨의 등급 강등(B+→B)을 결정했습니다.
 
등급 방어의 배경은 수익성 개선입니다. 공사비 급등기에 착공한 고원가 사업장이 순차적으로 준공되면서 원가 부담이 완화됐고, 나신평 집계 기준 주요 11개 건설사의 올 1분기 합산 EBIT 마진은 5.2%로 전년 동기(3.4%) 대비 1.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다만 대손상각비 등 비경상 비용이 주로 연말 결산에 반영되는 건설업 특성상 1분기 개선세가 연간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미수금 회수·PF 관리' 하반기 최대 변수
 
문제는 수익성 개선이 현금창출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사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커졌고, 이를 차입 확대로 메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신평 집계 기준 주요 건설사 합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1조원에서 올 3월 말 14조원으로 3개월 새 3조원 늘었습니다. 경과 기간 1년을 초과한 공사 미수금도 2022년 말 2조3000억원에서 올 3월 말 7조2000억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지방 아파트 입주율이 올 4월 50.1%까지 떨어지는 등 미분양·미입주 장기화가 이어지는 만큼, 회수 지연이 길어질수록 대손 부담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입니다.
 
PF 리스크는 하반기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한신평에 따르면 3월 말 건설사 합산 PF보증 26조원 가운데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미착공 도급사업장 보증이 7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홈플러스 점포 개발사업 관련 PF보증이 대표적인 잠재 위험으로 지목됩니다. 이달 초 기준 DL이앤씨·롯데건설 등의 후순위대출(PF보증) 잔액은 7163억원에 이릅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폐점한 해운대점 관련 PF차입금 6500억원을 지난 5월 채무인수·대위변제한 바 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재개됐지만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에 따라 관련 부담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5월 건설공사비지수가 137.6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원가 부담이 다시 커졌고,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상하면서 회사채 차환과 PF 금융비용 등 조달 부담도 한층 가중될 전망입니다.
 
이런 여건 속에 자금조달 시장의 양극화는 뚜렷합니다. 현대건설은 표면·만기이자율 0%의 전환사채(CB) 5000억원을 발행해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했고, 롯데건설은 자체 신용등급(A0)보다 높은 AAA등급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공사대금채권을 미리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습니다. 반면 금호건설은 연 7.0%, 포스코이앤씨는 연 6.35% 금리의 창사 첫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B+급 두산건설은 연 7.5% 사모채로 1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4000억원 영구채로 부채비율을 신평 3사가 하향 트리거로 제시한 150% 부근까지 낮추며 등급 사수에 나섰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신용도와 조달 수단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하반기 신용등급의 향방은 현금 확보 능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 미수금 회수와 PF 부담 관리, 차입 통제 수준이 건설사 신용도와 자금조달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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