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창간7주년 기획: 생산적금융의 명암)④돈은 풀렸지만 회수는 먼 길
정책자금 투입 본격화…성장·현금창출은 진행형
IPO·M&A 회수 병목…투자금 선순환은 과제
공급액 넘어 회수로…성과평가 기준도 전환
2026-07-31 10:30:00 2026-07-31 10:3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저성장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경제·금융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은행과 초대형 투자은행(IB), 보험사·연기금에는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치우친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기업의 설비투자와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고 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기존 대출에 이름만 바꿔 단 것인지, 실제 지분투자와 장기자금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생산적 금융의 설계와 집행부터 금융회사의 자산 배분, 산업별 수혜 격차, 투자 성과와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느냐가 아니라, 투자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고 그 자금이 다시 회수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이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산업으로 몰리고 있지만 투자 이후 성적표는 기업마다 엇갈린다. 매출이 늘어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부담에 적자와 현금 유출이 커지는 기업이 있는 반면, 기업가치를 높여 후속 투자와 회수 가능성을 키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의 진짜 성적표는 자금 집행이 아니라 성장과 현금창출, 투자금 회수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했는지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리벨리온)
 
AI·바이오에 집중된 정책자금…성과 평가는 이제 시작
 
31일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3년 뒤 고용이 150% 늘고 매출은 65% 증가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또한 34배 급증했다. 청산이 완료된 자펀드의 내부수익률(IRR) 역시 13.58%를 기록해 정책자금이 기업 성장과 투자금 회수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성장금융은 정부와 산업은행, 연기금 등이 출자한 자금을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에 공급하는 정책 모펀드 운용기관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책금융이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사례다.
 
평균 성과가 개별 기업의 성적표를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정책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업종과 사업 단계, 시장 환경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투자 이후 매출과 고용, R&D 투자가 함께 늘어난 기업이 있는 반면 업황 둔화와 수요 변화로 수익성 개선과 현금창출력이 기대에 못 미친 사례도 적지 않다.
 
정책자금은 바이오와 AI 반도체처럼 대규모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위원회가 조성한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단기 운영자금 지원보다는 기술 개발, 임상, 생산시설 구축 등 성장 기반 마련에 필요한 장기 자본 공급에 무게를 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리가켐바이오(141080)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조달 자금은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개발과 글로벌 기술이전 확대, 신규 플랫폼 고도화 등에 투입한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리벨리온이 국민성장펀드와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약 64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확보한 자금은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 글로벌 시장 진출에 활용될 계획이다.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이 함께 투입된 첨단산업 투자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 기업 역시 아직은 정책자금이 투입된 사례일 뿐, 성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바이오와 AI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금 회수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책자금의 진짜 성과는 향후 매출과 수익성, 영업활동현금흐름, 회수 실적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은 늘었지만…수익·현금창출은 아직 시험대 
 
실제 재무제표를 보면 두 기업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대규모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로 본격적인 수익과 현금을 창출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투입되는 정책자금이 실질적인 성장과 현금창출로 이어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선인 셈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연구개발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024년 1259억원에서 지난해 141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도 1132억원에서 216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손실은 209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확대됐고, 영업활동현금흐름 또한 785억원 흑자에서 1245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기술이전 계약 등에 힘입어 외형은 성장했지만, 임상과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비용이 크게 늘면서 아직은 현금창출보다 투자 부담이 큰 단계로 분석된다.
 
리벨리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2024년 103억원에서 지난해 32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72억원에서 1205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653억원 적자에서 1767억원 적자로 악화됐다. 영업활동 자산·부채 변동으로 845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가운데 재고자산은 36억원에서 238억원으로 늘었고, 유형·무형자산 취득액도 4억원에서 193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확대와 AI 반도체 양산 준비 과정에서 운전자본과 선제 투자 부담이 함께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두 기업의 유동성 상황에는 차이가 있었다. 리가켐바이오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과정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289억원에서 986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리벨리온은 지난해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3545억원을 조달하면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414억원에서 856억원으로 늘었고,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유동 금융자산 또한 1579억원에서 316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외부 투자금이 성장 재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두 기업의 현재 재무 실적만으로 정책금융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정책자금이 실제 집행된 이후 매출과 수익성,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얼마나 개선되는지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금이 회수되는지를 지속해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 확인해도 회수는 별개…IPO 편중된 국내 시장
 
정책자금의 성과는 투자기업의 매출과 기업가치가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세컨더리 거래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회수된 자금이 다시 새로운 기업으로 흘러가야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더라도 회수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자금과 민간자본이 장기간 묶이면서 신규 투자 여력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내 벤처·성장투자의 회수 구조가 여전히 IPO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투자기업이 상장하면 보유 지분을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지만, 증시 부진이나 공모주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장 일정이 미뤄질 경우 투자금 회수 역시 늦어진다. 컬리와 오아시스처럼 상장을 추진했다가 증시 여건과 공모가 부담 등을 이유로 일정을 조정한 사례는 기업의 성장과 투자금 회수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IPO를 대체할 회수 통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M&A는 전략적 투자자의 인수 수요와 가격 협상이 맞아야 하고, 세컨더리 거래 역시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할 신규 투자자가 필요하다.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직전 투자 단계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기 어려워 할인 매각이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상장이 지연된 기업의 지분이 장기간 펀드에 남고, 운용사가 펀드 만기를 연장하거나 청산을 미루면서 회수 시점도 늦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수 지연은 단순히 투자자의 수익률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데, 기존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 민간 출자자의 신규 펀드 출자 여력 또한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자기업의 기업가치가 장부상으로 상승했더라도 실제 매각이나 상장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회수 성과로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의 성과 역시 투자액이나 지원 기업 수보다 회수액과 투자배수(MOIC), 내부수익률(IRR), 청산 완료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얼마나 부담할 지도 중요한 과제다. 손실 분담 방식은 펀드의 출자 구조와 약정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이 후순위 출자자나 우선손실 부담자로 참여한 펀드에서는 정책자금이 민간 자금의 위험을 일부 흡수한다. 반면 별도의 손실 분담 장치가 없는 펀드는 각 출자자의 지분과 약정에 따라 손실을 나누게 된다.
 
업계에서는 부진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성장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지원인지,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투자의 손실 인식을 늦추기 위한 연장 조치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력과 시장성은 있지만 일시적인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채 외부 자금 의존도만 높아지는 기업은 구조조정이나 매각, 합병 등 회수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총괄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사업화, 투자금 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투자 이후 매출과 수익성, 영업현금흐름, 회수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정책 효과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