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지표의 급격한 악화와 부실여신 증가로 인해 파산 고위험군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위험성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저축은행 업계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대출 심사 시 미래상환능력(FLC) 평가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군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수익성 악화, 구조적 문제"
31일 예금보험공사에서 발행된 '저축은행 부실위험과 재무적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업권에서 나타나는 파산 및 고위험화 경향은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보다는 수익성 지표(ROA·ROE)의 급격한 악화와 부실여신(NPL)의 급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과거 금융위기(1997년)나 저축은행 사태(2011년)와는 다른 양상의 재무적 구조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수익성을 비롯해 위험성, 자본적정성 등 전반적인 건전성 지표가 부실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건전성 악화는 수익 구조의 기저가 흔들리고 고정이하여신이 급증한 점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보고서는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조정 이후 나타난 변화에도 주목했습니다. 자산규모가 커지고 특정 대출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수익성과 건전성이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부실의 발원지가 이동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저축은행 사태가 대형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과 대출 부실이 전체 업권의 위기를 불러왔다면, 최근 들어선 소형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뚜렷하게 높아지면서 소형사를 중심으로 한 부실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후 2020년대 초반엔 자산시장 과열과 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확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 완화가 저축은행의 경영 성과를 일시적으로 크게 개선시켰습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수익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업계 전반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처럼 PF 대출 수익성에 의존하던 영업 구조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고위험 자산에 편중됐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연체가 늘어나고 부실여신이 적체되면서 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순이익률(ROE)가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수치 자체는 감독 기준을 상회하더라도, 수익성이 고갈되고 부실채권이 쌓이면 금융회사의 기초 체력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헸습니다. 보고서는 "고금리 수신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 한편 수익 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업성 평가·여신 다변화 절실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부실 위험에 대응해 업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KIF)가 지난 4월 발표한 '저축은행업권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재무적 위기를 극복하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업계 차원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과 함께 선진화된 제도적 유인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보고서는 특히 저축은행 업권이 기업여신의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업성 평가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됐습니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대출 심사 시 과거의 실적이나 담보 위주의 평가에 의존해왔으나, 앞으로는 차주의 미래상환능력 평가(FLC·Forward Looking Criteria)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이나 FLC 기반 심사 체계가 미비한 경우가 많은데요. 금융당국과 업계가 협력하여 중소형 저축은행 역시 차주의 미래 자금조달처와 사업성을 정밀하게 정량·정성 평가할 수 있는 FLC 역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펼쳐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PF 등에 쏠려 있던 자금 공급을 우량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새로운 신용 여신 공급처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보고서는 정책서민금융과 관련해서도 정부 주도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이 늘어난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단순히 대책의 이행 창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을 이용하는 차주를 궁극적으로 자사의 우수 고객으로 흡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 이용 고객이 성실 상환을 통해 신용도를 회복하면, 저축은행이 이들을 중금리 대출 등 자사의 자체 금융 상품 고객으로 흡수하여 장기적인 고객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구상인데요. 이는 정책서민금융의 본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민간 여신 기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다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과거의 고금리 수신과 고위험 부동산 대출에 의존하던 단순한 영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익성 악화와 부실 위험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에는 공감한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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