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밥상 물가에 다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시금치와 오이 등 일부 채소 가격이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닭·오리 등 가금류와 양식어류 폐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가 폭염과 고수온에 따른 공급 차질로 8월 다시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소 이어 가축·수산물까지…폭염에 공급 차질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1978원으로 한 달 전(784원)보다 152.3% 올랐습니다. 시금치 가격이 한 달 만에 두 배를 넘어선 것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오이와 애호박, 청상추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오이는 10개 기준 8313원으로 한 달 전보다 54.8% 올랐습니다. 애호박은 1026원에서 1504원으로 46.6%, 청상추는 100g 기준 1165원에서 1651원으로 41.7% 상승했습니다.
채소 가격 상승은 폭염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고온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작물 생육이 부진해지고 출하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시금치와 상추 등 잎채소는 고온에 취약하고 저장 기간도 짧아 산지 상황이 가격에 빠르게 반영됩니다.
축산물도 폭염 피해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1602마리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85만6220마리로 전체의 약 95%를 차지했습니다.
가금류 폐사가 이어지면 달걀 등 관련 품목의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당장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사육 규모와 출하량에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산물 역시 고수온의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지난달 5주 차 주간 수산물 동향을 보면 고등어 1kg 평균 경락가격은 28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37% 상승했습니다. 갈치 1kg 가격은 1만6700원으로 같은 기간 41.53% 올랐습니다.
양식장 피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86만4497마리로 집계됐습니다. 전국 35개 해역 가운데 17곳에는 고수온 경보가 발효됐습니다. 현재 폐사 규모가 전체 사육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3% 수준으로 당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수온이 장기화하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7월 물가 2.8%로 둔화했지만…8월 다시 3%대 우려
문제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지난달 물가 통계에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6월(3.2%)보다 0.4%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0.2%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광어회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6월 2.5%에서 7월 2.6%로 높아졌고 개인서비스 물가도 3.5%까지 상승했습니다.
폭염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8월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중동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폭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고온 충격이 발생했을 때 12개월간 물가 상승 압력은 0.03%포인트 수준이지만, 충격 규모가 상위 5%에 해당하는 극한 고온 상황에서는 0.56%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통신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도 8월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힙니다.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설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폭염에 따른 공급 충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농축수산물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물가 안정 흐름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채소와 축산물, 수산물 곳곳에서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조짐이 나타난 만큼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밥상 물가를 넘어 전체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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