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직무 배제나 징계 요구를 받게 되면, 이를 과·팀장 인사 평가에 반영하고 수사관 자격까지 해제하기로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오는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된 만큼 수사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빼든 걸로 풀이됩니다.
경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이행 안하면 불이익 강제키로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이상식 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 요구 불이행으로 인한 직무 배제, 징계 요구, 송치 요구, 이송 요구 등을 과·팀장 지휘 역량 평가와 수사 경과 해제 기준에 반영함으로써 요구 사건의 이행력을 담보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제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런 조치는 앞서 지난 4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구조로 전환된 데 따른 후속책입니다. 경찰청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검사의 수사에 대한 평가를 인사에 반영해 수사관이 검사 보완수사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팀장 지휘 역량 평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한 별도의 성과평가제도입니다. 경찰 수사팀장은 정(正)수사관으로서 해당 팀의 사건 배당부터 종결까지 총괄 책임을 지며, 과장은 수사팀 전체를 총괄 관리합니다. 지휘관 인사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현장에서의 강제적 실행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직무배제부터 수사자격 박탈까지…대폭 강화된 '견제 장치'
검사의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 요구는 경찰의 수사권을 검찰이 보완·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각급 공소청장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청을 따르지 않을 경우 소속 수사기관의 장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의 직무 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재수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또 검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면 사건기록 송부와 시정조치, 소속 수사기관의 장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사건 송치나 타 수사기관 이송도 주문할 수 있으며,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엔 해당 사법경찰관의 징계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 (사진=뉴시스)
경찰이 검사의 이런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수사경과(수사 자격)' 해제도 가능해집니다. 수사경과 제도는 수사 전문성 향상을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로, 전문 수사 인력을 별도로 선발·관리하는 인사 시스템입니다. 수사경과가 해제되면 수사 부서에서 배제돼 더는 수사 업무를 맡을 수 없습니다.
경찰은 올해부터 '수사경과 해제 계획서'에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의 요구·요청을 이행하지 않은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경우"를 해제 사유로 명시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 적용 기준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수사경과 해제 심사는 각 시·도경찰청 수사경과심사위원회에서 담당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수사 팀장은 "이전에도 사건 장기화의 경우 감사를 시행했고, 감사 결과에 따른 인사 평가를 해왔다"며 "경찰 수사 권한에 대한 변화, 이에 따른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엔 큰 불만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통제력' 확보 기대에도 책임만 늘어 '수사 기피' 우려도
다만 전문가들은 경찰이 내놓은 자구책에 대해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양질의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찰 출신인 최순호 서울디지털대 탐정학과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 불이행 등을 인사 평가에 반영할 경우 현장에서 영향이 크다. 경찰 지휘부로선 이런 방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안 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책임을 계속 묻게 되면, 나중엔 수사 부서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홍석 변호사는 "현장에서 효과는 있겠지만,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사 인력을 키우는 장치로서 역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수사 부서의 선호도를 높이려면 빠른 승진이나 경제적 보상 등 확실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 경찰 일거리가 많아진 상황에서 책임까지 가중된다면 수사 부서를 더욱 기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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