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인텔이 200억달러(약 28조3000억조원)규모의 대규모 신주 발행에 나섭니다. 그동안 비용 절감에 집중해 온 인텔은 조달 자금을 설비투자 확대와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14A’ 개발과 고객 확보 등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테슬라에 이어 애플과도 반도체 생산 협력을 추진하는 등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며 TSMC와
삼성전자(005930)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이 상장 후 첫 유상증자를 한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1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신주 발행 규모를 당초 150억달러(21조3000억원)에서 200억달러로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보통주 2억1052만주의 공모가격은 주당 95달러로, 이날 종가인 97.52달러보다 2.6% 낮은 수준입니다. 인텔은 주간사단에 보통주 3157만주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초과배정옵션도 부여했습니다. 이번 공모는 오는 12일 마무리됩니다. 인텔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향후 성장 기회를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달 자금은 설비투자와 운전자금뿐 아니라 피지컬 AI와 고객 맞춤형 반도체 등 신사업 확대에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는 1971년 상장 이후 첫 대규모 주식 공모입니다.
인텔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과 재무구조 개선이 꼽힙니다. 지난해 립부 탄 CEO 취임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이어온 데다, AI 반도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160%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알테라 지분 51%를 매각해 43억달러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시점을 활용해 파운드리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150억달러 조달은 파운드리 투자 사이클을 뒷받침할 자본 여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이번 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세대 공정 14A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텔은 18A 후속 공정인 14A를 2028년 대량생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외부 고객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자체 AI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인 ‘테라팹’에 인텔의 14A 공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애플도 자체 설계 칩 일부의 생산을 인텔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텔과 애플은 지난 5월 예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적용 공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인텔의 파운드리 재건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약 89억달러를 투입해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과 인텔 모두에게 훌륭한 거래”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설계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며 애플이 인텔과 미국 내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최근 마벨 출신 딘 자낙을 최고영업책임자(CSO)로 영입한 데 이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파운드리 수석부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기술과 영업 조직을 동시에 보강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에 인텔이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인 강자인 TSMC와 2위 삼성전자에 대한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매출 기준 73%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7%로 2위를 기록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돈도 마련했고 테슬라 같은 고객도 나오고 있어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다만 파운드리는 수율과 양산이 중요해, 14A가 실제 생산 단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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