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가대표 AI' 줄 세우기를 넘어
2026-08-21 06:00:00 2026-08-21 06:00:00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의 두 번째 경쟁이 끝났다.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다음 단계에 진출했고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탈락했다. 정부는 3차 평가를 거쳐 현재 3개 정예팀을 다시 2개 팀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2차 평가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가로 공개한 세부 성적을 보면 각 팀의 강점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AAII에서는 탈락한 모티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NIA 벤치마크와 AI 전문 사용자 평가에서는 SK텔레콤이, 전문가와 일반 국민 평가에서는 LG AI연구원이 각각 1위에 올랐다. 어느 한 팀이 모든 평가에서 우위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평가 방식이 잘못됐다고 볼 일은 아니다. AI 모델의 경쟁력을 성능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체감하는 품질은 어떤지, 국내 AI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35점, 사용자 25점을 합산한 이번 평가에서 전문가 평가에 개발 성과뿐 아니라 사용성과 실용성, 생태계와 글로벌 파급효과 등이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서로 다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하나의 평가표에 올려놓고 매 단계 순위를 매겨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독파모에는 대기업부터 AI 전문 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다. 보유한 자본과 인프라는 물론 모델의 규모와 목표 시장, 사업화 전략도 다르다. 이번 세부 평가에서도 분야에 따라 1위 기업이 달라졌다.
 
독파모 출범 당시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AI 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자금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탈락을 의미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경쟁력이 확인된 기업이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성과에 따라 GPU와 예산 등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있다. 국내 기업끼리 순위를 가리는 것보다 각자가 가진 강점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이 독파모의 당초 취지에도 가깝다.
 
정부도 기업 줄 세우기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차 평가 당시 항목별 1위를 공개한 것이 나머지 기업에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당초 2차 평가에서는 세부 성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결과를 추가 공개하면서도 독파모가 "단순한 순위 경쟁이나 탈락 팀 선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취지를 사업 방식에도 어떻게 담을지 고민할 때다.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1등과 2등을 가리는 것 자체가 독파모의 목표일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기술과 기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국가대표 AI'를 뽑는 경쟁이 국내 AI 모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그 다음이 필요하다. 누가 더 떨어져야 하는지가 아니라, 경쟁력을 보여준 기업들이 어떻게 계속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할 것인지다.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것만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선수층을 두껍게 만드는 일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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