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산정' 막차 탄 SK이노베이션…신주 발행에 합병비율 왜곡 우려
법안 시행 앞두고 시가 적용 합병
소규모 합병에 주주 방어권 제한
새 제도는 매수청구가격도 실질가치로
2026-08-31 10:32:56 2026-08-31 16:23:0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근 상장사들의 합병 공시가 잇따라 기존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합병가치 평가가 변경되는 제도 시행 전 이른바 ‘막차 타기’가 우려됩니다. 특히 기업의 실질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시가 기준 합병이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만큼 시장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20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해당 법률안은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될 예정으로, 최근 합병 공시 기업들은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기 전 기존 룰에 따라 합병을 종결지을 전망입니다.
 
현행 자본시장법령에서는 주권상장법인이 계열회사와 합병할 때 시장가격(시가)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절차가 비교적 단순합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합병 등의 가액 산정 시 시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절차적 장치도 대폭 강화됩니다. 이사회는 합병의 목적, 기대 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하며, 객관적인 제3자로부터 가액이나 거래 조건의 적정성 등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고 이를 공시해야 합니다.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간의 채무보증이나 임원 겸직 등 이해관계도 공시 내용에 담깁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전 이사회 결의와 공시를 완료해 두면, 실제 합병 시점과 무관하게 개정 전 현행법(시가 기준)을 적용받아 복잡한 절차와 비용 부담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대목은 신주 발행이 수반되는 상장사 간 합병입니다. 100% 자회사를 흡수하는 무증자 합병과 달리, 신주가 발행되는 합병은 산정된 합병비율에 따라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직접적으로 희석되거나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PBR 0.76배, 이하 최근 종가 기준)은 PBR이 1배를 넘는 자회사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1.06배)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저평가 시기를 노리는 '주가 누르기'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존속회사가 1배 미만 저평가 구간인 상태에서 현행 시가 룰을 적용해 신주를 교부하는 구조는 제도 개편 전 막차 우려를 낳습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합병은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전에 진행되므로 개정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합병비율이 주주의 실질적 경제적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각 독립적인 외부평가기관(회계법인)의 검증을 추가로 받는 등 현행 법령 준수에 그치지 않고 개정법상 취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추가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시 서류상 SK이노베이션과 SKIET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나 수익가치를 배제한 채 최근 1개월, 1주일,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기준시가만을 100% 반영해 산출됐습니다. 공시상 외부 평가 역시 '미해당'으로 명시되어 있어, 회계법인의 검증은 가액 재산정이 아닌 이사회 내 특별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내부 자문 성격에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PBR 1 미만의 저평가된 시가를 합병비율에 적용한 이상, 실질 가치 반영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의 본질적 취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진에어(1.71배) 역시 상장 소멸법인인 에어부산(3.12배) 및 비상장 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하면서 약 5032만주의 합병 신주를 발행합니다. 양사 모두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대신 최근 시장가격(시가)만을 100% 반영해 합병비율(1 대 0.2862684)을 산출했습니다.
 
동전주 상장폐지 위기 속에서 합병을 결의한 코스닥 상장사 휴맥스(0.18배)와 휴맥스홀딩스(0.26배) 역시 양사 모두 극심한 저PBR 상태에서 기준시가를 적용해 1 대 0.9646707의 비율로 신주를 발행하는 등 현행 시가 산정 제도를 따릅니다.
 
일반 합병인 진에어와 휴맥스 사례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 합병이라 존속회사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됩니다. 개정안은 주식매수청구 가격 산정 시에도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고려하도록 개선했으나, 매수청구권 자체가 차단된 소규모 합병에서는 일반주주들의 방어권 행사가 원천 봉쇄되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는 소규모 합병 등을 통해 현행 시가 기준으로 합병을 단행할 경우 합병비율 왜곡 논란이 일더라도 일반주주들이 자본을 회수할 최소한의 방어권조차 행사하기 어려워진다”며 “기업들 스스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을 먼저 보호하려는 자발적인 주주 친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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