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KB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재근
KB금융(105560) 부문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택했습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쇄신 요구 속에서 조직 안팎의 예상을 깨고 세대교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후보에게는 비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상대적으로 성과가 더뎠던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리딩금융그룹(실적 1위 금융지주)' 지위를 공고히 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습니다.
회추위 "과감한 변화·세대교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양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이 후보는 자격요건 검증을 거쳐 다음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받은 뒤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임기는 11월21일부터 3년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관측했습니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다시 썼습니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도 52.4%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한 만큼 양 회장의 연임 가도는 뚜렷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회추위 선택은 변화였습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 후보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현 정부 들어 금융권을 향한 지배구조 쇄신 요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이너서클',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승계구조를 잇달아 문제 삼아 왔습니다.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인선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결과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본다"면서 "이사회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해 투표한 결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의 연임 대세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내부에서도 이번 결과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외이사들 성향이 독립적이다보니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만큼 이사진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봐달라"라고 말했습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재근(사진) 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사진=뉴시스)
비은행·글로벌 부문 성과 과제
이 후보는 30년 넘게 KB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KB맨'입니다. 1966년생인 이 후보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주택은행 입행 이후 KB금융 재무기획부장, 재무기획담당 상무,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끌었습니다.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 등을 주도했고, 이들 회사는 현재 각각 KB손해보험과 KB증권, KB캐피탈로 그룹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2년에는 당시 시중은행장 가운데 최연소로 KB국민은행장에 올랐습니다.
국민은행장으로 재임한 3년 동안에는 수익구조 개선과 영업 현장 시스템화를 추진했습니다. KB금융은 이 후보가 은행의 이익 체질을 개선해 2025년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고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은행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지주로 돌아와 글로벌·WM·SME 부문을 총괄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KB금융지주)
이 후보에게는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걸쳐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놓였습니다. 특히 그간 이 후보가 총괄해 온 글로벌 사업은 차기 회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가늠할 대표적인 시험대로 꼽힙니다.
먼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안정적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중심 자산구조를 기업금융과 해외시장으로 넓혀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가계대출 규제로 자산 성장에 제약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기업금융에서 새 이익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단순히 해외법인 수나 진출 국가를 늘리는 외형 확장보다는 이미 진출한 시장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주요 해외 사업에서 그동안 발생한 부실과 비용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자산관리(WM)와 중소기업금융(SME)도 수익 구조 다변화의 핵심 축입니다. 다만 경기 둔화 국면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연체와 대손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대출자산 건전성을 함께 관리하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재근 체제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연말 예정된 KB금융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인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의 세대교체 기조가 계열사 경영진 인선으로 확산될 경우, KB금융의 조직 문화와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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