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먼저 데려가면 이긴다'...'자녀 탈취'가 양육권 확보의 핵심?
계속성의 원칙에 기댄 임시양육자 지정 관행, 양육권 분쟁 승패 가르나
2026-09-13 13:34:27 2026-09-13 16:20:22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요즘은 경제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부부 둘 다 자신이 자녀를 키우고 싶어해요. 양육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녀 탈취'가 빈번해지는 지금, 결국 피해는 자신의 의사를 뚜렷이 표현하기 어려운 미취학 아동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들의 의사는 누가 대변하나요" <신혜성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
 
1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혼소송에서 부모 한쪽이 자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 이후 재판에서 양육권을 가져올 확률이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옵니다. 법원이 양육권 다툼에서 '아이의 일상을 위해' 자녀를 확보한 부모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별거를 시작하자마자 아이부터 데려가라는 게 이혼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조언이 될 정도입니다.
 
이 같은 행태는 법원의 재판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를 지낸 신혜성 변호사는 "자녀를 탈취하고 나면 임시 양육자로 지정되고, 별문제 없이 지내면 본안까지 양육자로 굳어지는 관행을 법원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챗GPT)
 
신병 확보 → 임시양육자 지정 → 2년 뒤 고착화
 
이혼소송이 시작되면 본안 판단이 나오기까지 통상 2년 정도 걸립니다. 그 사이 아이를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원은 소송 초기 '사전처분'으로 임시 양육자를 정합니다. 문제는 해당 시점에 재판부가 참고할 양육 정보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현 양육 환경을 존중·지속시키려고 하는 '계속성의 원칙'에 따라, 현재 자녀를 데리고 있는 사람을 임시 양육자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시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에게는 시계가 유리하게 돌아갑니다. 2년 가까운 심리 기간 동안 아이가 별 탈 없이 적응하면 이 상태를 뒤집을 만한 '엄청나게 큰 사정'이 없는 한, 본안에서도 그대로 양육자로 확정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반대로 아이를 빼앗긴 부모는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고도, 법원에 "현재 양육 상태를 바꾸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단기 여행 다녀올게"…그렇게 데려간 뒤 안 돌아왔다
 
최근 이런 사례들은 정부 공식 창구에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는 올해 1월 법무부를 상대로 한 공개제안이 접수됐습니다. 이혼소송 당사자라고 밝힌 제안자는 성범죄 전력이 있는 배우자가 "단기간 여행"을 이유로 자녀를 데려간 뒤 돌려보내지 않고, 거주지와 학교까지 일방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곧바로 사전처분을 신청했지만 가사조사 등 절차로 수개월이 걸렸고, 법원은 결국 "이미 형성된 생활환경"을 이유로 상대방을 양육권자로 지정했다고도 했습니다. 제안자는 "자녀 탈취 또는 일방적 거주지·학교 변경 행위를 양육권 판단 시 불리하게 고려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정책 제안 플랫폼 '모두의 국민통합'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 4월 게시된 한 제안은 "이혼 시 양육권은 '현상유지 법칙'에 따라 재판 당시 아이를 데리고 있는 배우자에게 매우 높은 확률로 지정된다"며 "단순히 양육권 확보를 위해 아이를 탈취한 배우자에게는 양육권을 박탈하는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가는 행위나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행위가 오히려 양육권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해당 제안에서 지적됐습니다.
  
"양육권은 결국 미성년 자녀 복리가 최우선"
 
다만 자녀를 먼저 확보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양육권을 인정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권내건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전 법무부 법무심의관)는 "양육권을 정할 때 원래 누가 양육을 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요소인 건 맞지만, 이는 혼인이 파탄에 이르기 전까지 누가 주된 양육자로 지내왔는지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양육을 거의 하지 않던 쪽이 이혼을 앞두고 갑자기 아이를 폭행·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데려가는 경우, 미성년자 약취로 기소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단순히 '지금 누가 데리고 있느냐'가 아니라 아이의 복리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2008년 처음으로 이 같은 원칙을 확립한 뒤, 2021년 판결에서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재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므380 판결,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므12320·12337 판결). 

가사 사건을 다수 맡은 윤민선 법무법인 새별 파트너 변호사는 "결국 재판부가 보는 것은 아이의 환경과 행복"이라며 "최근에는 남자들도 양육권에 훨씬 적극적인데, 남편이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친할머니 등 가까이서 육아를 도와줄 보조 양육자가 있는지를 재판부가 중요하게 살핀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재판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 변호사는 "임시 양육자 지정은 말 그대로 임시일 뿐인데, 그대로 본안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부가 이런 관행이 탈취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무리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간 정황이 드러나면 그 자체를 마이너스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