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 지형이 반도체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완제품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실적과 성과보상을 두고 갈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와 완제품 노조로 나뉜 것입니다. 여기에 노조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노조의 교섭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보상 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창욱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DX부문 중심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차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출 투표에 돌입합니다. 선거 이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DX 요구안을 마련하고 DS와 함께하는 공동교섭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반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최근 총회에서 가입 대상을 DS 구성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96.3%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사실상 DS 중심 노조로 전환한 것입니다. DX 소속 부위원장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각각 95%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양대 노조 내부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기업노조에서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수억원대 거래, 노조 법인카드 사용으로 발생한 포인트·마일리지 등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에 휩싸였습니다. 최 위원장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업체를 선정했으며 거래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동행노조에서는 차기 집행부 선거 절차를 놓고 일부 대의원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위원장 권한대행이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규약을 위반해 노조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DS·DX 간 이해관계가 갈린 데 이어 각 노조 내부에서도 갈등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노조 지형이 달라진 배경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반도체와 완제품 간 성과급 갈등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DS 실적이 개선되면서 DS 구성원 사이에서는 사업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반면 DX에서는 성과급 격차에 대한 불만이 확산했습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성과급 재원과 배분 방식을 놓고 노조 간 입장이 엇갈렸고, 이는 조합원 이동과 조직 재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조직이 사업 부문별로 쪼개지면서 전사 차원의 결집력과 노조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초기업노조는 2027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고 DS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요구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동행노조는 전사 성과 일부를 공통 재원으로 마련하고 DS와 함께하는 공동교섭 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편된 삼성전자 노조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해 실제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노사관계의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부 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진 데다 DS 내부에서도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의 의견을 모두 모아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되기 전에 조직을 뛰어넘는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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