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고용에 막힌 노사협상)②정년 대신 재고용 확대…갈등 재점화 우려
정년 연장 요구했지만 재고용 기간 확대로 합의
후퇴한 합의 평가…내년 정년 연장 다시 수면 위
기간 연장에도 여전히 재고용 과정서 갈등 가능성
2026-10-06 06:10:00 ㅣ 2026-10-06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일 18: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년 연장, 고용 확대 등 고용 안건이 중후장대 업계의 노사 협상을 장기화하는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기업은 인건비 증가와 조직 비대화를 우려한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문제인 탓에 협상은 길어지고 파업 등 갈등도 번지는 양상이다. <IB토마토>는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현장을 짚고, 접점을 찾을 길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조선업계가 고용 문제를 두고 내년에도 노사 갈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러 기업의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안이 공통된 의제로 올라왔지만, 협상 결과 퇴직자 재고용 기간 확대 등 기존 요구안보다 후퇴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용 문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향후 갈등이 재점화될 소지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지회)
 
정년 연장 외쳤지만…재고용 확대로 합의
 
1일 업계에 따르면 중후장대 업계 내 노사 간 임단협 합의가 점차 이뤄지고 있다. 노조는 올해 정년 연장 등을 주요 요구 사안으로 사측에 제시했으나, 합의 결과 일부를 양보하고 합의에 이른 모습이다. 삼성중공업(010140) 노동자 협의회는 올해 임단협에서 조건 없는 정년 65세 연장 등 고용 조건을 요구했지만,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을 1년에서 최대 2년(1+1년)으로 연장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재고용안에 합의하면서 일단 숙련 인력의 이탈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정년 연장을 두고 노사 간 의견 대립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노동자 협의회 선거전에서 65세 정년이 출마 공약으로 내걸린 상태다. 이에 정년 연장안이 차기 교섭 요구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고용 확대 합의에도 불구하고 추후 재차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퇴직 후 재고용은 기존 고용관계를 중단 없이 이어가는 정년 연장과 다르다고 말한다. 두 근로 관계 사이에는 임금 수준, 복지 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30인 이상 기업 500곳 가운데 재고용 시 임금이 퇴직 전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 수준이다. 퇴직 전과 임금 수준이 동일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9%였다.
 
실제 노사 임단협 과정에서 재고용 확대에 합의한 후 정년 연장 안건이 교섭 의제로 등장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24년 현대차(005380) 노사는 숙련 근로자 재고용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안건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에도 정년 연장 요구가 이어져 현대차 노조는 정년을 60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요구안을 확정한 바 있다.
 
다만, 고용 문제는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라 합의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재고용 등에 이르렀다 해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노사 간 이해관계 차이에 따라 추가로 조율해야 할 실무적 사안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고용 개선됐지만…후속 조치 두고 입장 차이
 
재고용 기간 확대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노사 간 후속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남게 된다. 보통 퇴직 후 재고용 형태의 근로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질적인 고용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계약 내용, 재고용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이 중요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30인 이상의 기업 500곳의 47%는 임금 등 근로조건 조정에 대한 법률적 리스크를 부담 요소로 꼽았다. 이어 계약 종료 혹은 재체결 과정도 기업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같은 조사에서 계약 종료 및 재체결 과정에서 분쟁 리스크가 부담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전체의 39%에 달했다.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재고용 확대만으로는 갈등의 완전한 해소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정년 연장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중후장대 노사 간 정년 연장 문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자 측은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아직 정년 연장이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정년 연장 법제화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져야 해당 안건을 두고 갈등이 반복될 여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단계 고용 구조가 흔한 중후장대 산업 특성상 원청의 고용 문제 개선 합의는 향후 협력사 등 하청 근로자들에게까지 확산할 소지가 크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해당 범위에서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원청의 고용 조건 개선 합의가 추후 하청 노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원청의 고용조건 개선 합의가 하청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IB토마토>에 "노사 관계는 매년 다양한 변수들이 개입되기 때문에 교섭 과정에서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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