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정감사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여야가 증인 출석 문제로 충돌했습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불출석을 비판하며 출석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출석 요구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다고 맞섰습니다. 여기에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사퇴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 신약 관련 의혹에 대한 야당 측 증인 채택까지 불발되면서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민주, 조희대 출석 압박…탄핵 거론도
민주당은 5일 국정감사 일반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판하며 출석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출석하면 안 된다"며 조 대법원장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여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조 대법원장이 오는 6일 국감장에 출석해 기관장으로서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할지 여부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인사말만 한 후 이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를 통해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건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반영된 삼권분립의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며 "국정감사의 권력분립상 한계를 벗어날 뿐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 및 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국회법 제121조는 출석 요구를 받은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의 출석 요구와 의무를 규정한 조항입니다. 대법원장은 출석을 요구받을 수는 있지만, 출석과 답변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의 신상 등 현재 진행 중인 인사의 민감한 사항이나 대통령과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과 제청권 행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고발이 이뤄져 향후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불출석 사유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오는 6일 대법원 국감을 앞두고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며 "국회가 사법부 현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출석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국회의 견제·검증을 거부하는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가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으로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은 감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며 "출석 의무 자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제청 거부 의사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때 공보관을 통해 출입기자단이 있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전달한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의무에 따라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하여 국민께 성실히 답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여권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를 넘어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됐습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강하게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위반된다"며 "(대법관)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가 탄핵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여당 내부적으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오후 서울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 참석해 신임 법관 임명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 "조희대 부르면 김용범도 증인으로"
반면 국민의힘에선 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대해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출석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 국감 증인 출석 7불가론'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여야 합의를 무시한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증인 채택이자,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 기구로서 정당성이 결여된 출석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부 요인 중 하나인 대법원장을 국회 국정감사에 부르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횡포이자 갑질"이라며 "청와대의 위헌적 재제청 요구에 대한 책임을 대법원장에게 전가하고 국감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성 출석 요구"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가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을 감사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또 다른 대법원장 제청권 침해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법사위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자신들의 허물을 가릴 때는 철통 방어를 치고 증인석을 비우더니,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압박할 때는 대법원장까지 증인석에 세우겠다며 몰아붙이고 있다"며 "국정감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법원장마저 일반증인석에 앉히겠다며 압박하고,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자 증언감정법 위반과 후속 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해야 할 국회가 도리어 사법부를 압박하는 광경으로 참으로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를 언급하며 "야당이 신청한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혹을 따질 증인석은 텅 비워놓고, 재판과 인사 문제로 맞서는 사법부 수장은 기어이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2기 개각 과정에서 김현지 청와대 부속실장 등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불발됐습니다. 이에 대해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감 1순위 과제는 김현지 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의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 농단 국정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김 실장의 국감 출석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승원 의원의 '코로나 신약 로비' 관련 증인이 채택되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김 의원이 장관직에 낙마했어도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며 브로커로 알려진 양모씨와 제약사 제넨셀 창업자 강모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국민의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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