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저출산·고령화 등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이재명정부가 풀어야 할 노동 현안도 쌓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개정 노조법 시행과 산업재해 처리 기간 단축 등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체 고용지표와 달리 청년 일자리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고,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노동자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등 구조적인 과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그간의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미완의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개선 성과에도 현장 불신…청년 고용·노동 사각지대 과제
15일 관가에 따르면 출범 이후 이재명정부는 산업재해 처리 절차를 손질하고 임금체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노동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에서는 중복 절차를 개선하고 질병 전담반을 신설해 처리 기간 단축을 꾀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산재 처리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48.9% 늘었고, 처리 기간은 33.7일 줄었습니다.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진행 중입니다. 체불 범죄의 법정형은 기존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돼 10월 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정부는 체불 규모와 피해 노동자 수, 상습성 등을 반영해 구형·양형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대법원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반복 신고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와 포괄임금 오남용 감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설·조선업 임금구분지급제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10일 개정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도 시행됐습니다. 다만 제도 개선이 현장의 신뢰로 이어지기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및 원하청 교섭 관련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관련 판정이 법률과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에 부합한다고 답한 기업은 27.4%에 그쳤습니다. 반면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3%, 보통이라는 응답은 32.3%였습니다. 지난달 7~18일 개정 노조법 관련 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은 기업 6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전체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정부가 맞춤형 전주기 지원 등을 통해 청년 고용에 대응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취업 여건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날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한 가운데 29세 이하 청년층만 전년 동월 대비 5만5000명 감소해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멈춰 선 구조개혁…법안 지연에 정책 간 엇박자 우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정책 추진 속도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의 세부 항목 42개 가운데 실현되지 않은 항목은 31개로, 전체의 73.8%에 달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을 재촉한 과제는 진전됐지만, 그렇지 않은 과제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여전히 입법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배달라이더와 프리랜서 등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무 제공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성을 둘러싼 입증 책임을 사업자 쪽으로 전환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도 추진 대상입니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플랫폼 종사자 등의 노동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로 인정된 배달라이더 등에게 사업자는 4대 보험과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보호 대상이 확대되는 데다 개정 노조법으로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까지 넓어지면서, 플랫폼 기업의 노무·노사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정년 연장 역시 연내 입법을 목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괄임금제와 관련해 "하반기에 반드시 포괄임금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짜 야근, 공짜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 문제다.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며 "하반기 입법을 적극 조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이 있다는 지적 등에 부딪혀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해 왔는데요.
최진솔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동 시간이 많다거나 밖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 측정하고, 잘 측정하는가의 문제지 측정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야간수당 등 계산할 수 있지만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년 연장도 속도를 내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정년 연장 입법 의지를 묻는 질의에 "(정년 연장은) 오늘 논의해도 늦다고 생각한다"며 "정년 연장 법안은 연내에 꼭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회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오랜 기간 논의가 숙성된 만큼 결단만 남았다고 판단되면 정부안을 조속히 제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발표한 '일본의 정년 연장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자 고용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 설계의 유연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고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청년 고용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내건 정책 목표와 실제 입법 논의가 엇갈리는 대목도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 근절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메가특구 관련 논의에서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산업별 특성과 인력 운용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와 장시간 노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최 변호사는 "이재명정부가 가지고 있는 노동정책의 퇴보"라며 "장시간 근로 근절은 기본적인 내용이다. 메가특구 안에서 주 80시간 일하든 100시간 일하든 제재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당연히 과로사 등 많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202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이 취업지원센터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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