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상 유착' 광진서 수사팀, 18세에 마약 구매 강요…거부하자 면회 제한 압박도
18세 피의자 거부하자 면회·전화 제한 압박
유치장 피의자 연결해 마약 거래까지 주선
2026-10-21 14:41:34 ㅣ 2026-10-21 16:40:58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마약 판매 조직에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수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 피의자들에게 자기 돈으로 마약을 구매하도록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경찰관의 지시를 받은 수사팀원이 18세 피의자에게 마약 구매를 요구하고, 거부하자 면회와 전화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며 압박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서울 광진경찰서. (사진=연합뉴스)
 
21일 김동아 민주당 의원실이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광진경찰서 김모 경감의 뇌물 수수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경감은 지난 4월2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18세 A씨를 체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며 받은 수당을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경감은 이튿날 A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팀원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자금 압수 안 하는 대신 좌표 5개 사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범죄 관련 자금을 압수하지 않는 대신 마약 은닉 장소인 이른바 '좌표'를 확보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지시를 받은 한 경위는 A씨에게 "마약을 구입해 좌표를 알려주면 수사 협조 공적을 인정받아 일찍 풀려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유치장을 찾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면회와 전화 사용을 막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압박도 했습니다. 
 
결국 A씨는 경찰이 지정한 텔레그램 판매상에게 자신의 돈으로 마약을 구입해 좌표를 알려줬습니다. A씨가 5월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지불한 금액은 총 72만9782원이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김 경감이 마약 구매 비용을 피의자에게 부담시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른 피의자에게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김 경감은 지난해 5월23일 마약 판매상 B씨를 체포한 뒤 유치장을 수차례 찾아가 감형을 받으려면 수사 협조 공적을 쌓아야 한다며 마약 구매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B씨가 이미 다른 경찰서에 제공한 좌표를 주겠다고 하자 다른 판매상의 좌표를 요구했습니다. 기존 좌표로는 수사 실적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B씨는 같은 달 29일 자기 돈 240만원으로 대마를 구입해 좌표를 전달했습니다.
 
유치장에 있던 피의자들을 서로 연결해 마약을 구매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김 경감은 지난 4월7일 체포한 피의자 C씨가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구입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자, 같은 유치장에 있던 다른 피의자를 데려왔습니다. 경찰이 보관 중이던 해당 피의자의 휴대전화까지 제공해 거래를 진행하도록 했고, C씨는 마약 구매 대금과 수수료를 현금으로 부담했습니다.
 
이처럼 김 경감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피의자 6명에게 11차례에 걸쳐 부담시킨 마약 구매 비용은 709만원이 넘습니다. 검찰은 김 경감이 마약사범 검거와 압수 실적을 늘려 팀장 보직을 확보하고, 향후 팀 특별승진에 필요한 실적을 쌓으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동아 의원은 "마약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실적을 위해 미성년 피의자에게 마약을 사 오라고 시킨 것"이라며 "거절하자 면회와 전화까지 막겠다고 압박했다면 이는 수사가 아니라 범죄를 기획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승진과 실적에 눈이 멀어 경찰이 마약 거래를 직접 만들어낸 셈"이라며 "같은 수법이 다른 사건에서도 벌어졌는지 전수조사하고, 실적 중심의 마약 수사 구조를 원점에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김 경감의 공소장에 담긴 의혹과 관련해 "따로 대응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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