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한·미도 '고차방정식'
미국의 대중 견제 압박…수용도 거부도 외교 부담
2026-10-22 18:07:58 ㅣ 2026-10-22 18:23:14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이재명정부가 남북 간 적대 관계에 이어 한·미 관계에서도 외교적 고차방정식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이 대만해협 문제를 고리로 대중 견제 동참을 압박하면서입니다. 미국의 기조에 적극 동참하면 한·중 관계가, 거리를 두면 한·미 관계가 흔들릴 수 있어 정부의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가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6차 한미재계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악화 속 한·미도 '이상기류'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미 간 새로운 안보 갈등 요인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조지프 힐버트 미8군사령관은 이날 국내에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반도 내 위협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도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당장 남북 관계부터 악화일로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 확성기를 수일 안에 가동 대기 상태에 놓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전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을 배치하겠다는 경고도 내놨습니다.
 
이에 통일부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긴장과 충돌의 위험을 키우는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구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더 큰 안보적 역할을 요구하면서 외교적 부담은 한층 커졌습니다. 대북 억제에 집중해 온 한·미 동맹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확대될 경우 한국도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대중 견제의 핵심 협력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전략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대미 투자,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에서 안보 역할 분담까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른 셈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하루 전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스틸 대사는 전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행사에서 한·미 관계를 두고 "일종의 난기류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이제는 한국이 나서서 미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끌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DS)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억제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제1도련선 방어와 동맹국의 방위 기여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되면 대만 유사시 미군 전력의 역외 투입이나 한국의 군수지원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중 사이서 좁아지는 '외교 공간'
 
일본은 이미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사정이 다릅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동시에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 협력이 필요한 국가입니다.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적극 동참하면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도 변수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북·중·러 간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까지 대중 견제 전선에 깊숙이 참여하면 한·중 관계는 물론 북한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외교적 공간도 더욱 좁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의 대북 억제력은 여전히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 동맹의 신뢰와 한반도 방위태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에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안보와 통상 문제가 맞물려 외교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한국의 입장을 양국에 분명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대만 유사시 개입 요구가 강화될 경우 한국이 국익을 중심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동맹국인 미국에는 제한적인 수준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하면서도 중국엔 살상무기나 전투병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이 강화될수록 한·미 동맹에 기반한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도 더 복잡한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안보 역할 확대 요구가 한·미 관계의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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