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웠지만 착공은 까마득)③"시간이 다 돈인데"…멈추면 죽는 정비사업
착공 기다려도 월 1억원 지출…대출이자·보증료 부담도
수색8 공사비 508만→786만원…외곽 조합은 사업성 확보 고심
2026-10-26 17:24:18 ㅣ 2026-10-26 17:37:44
22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 (사진=박선영 기자)
 
[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조합원 이주를 마치고도 착공하지 못하는 사이 사업비 부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과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자재비·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서울 지역 정비사업 조합장들을 취재한 결과, 조합들은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업비 부담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사업이 늦어져도 각종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공사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착공 전에도 월 1억원…사업 길어질수록 금융비용 부담
 
서울 신영1구역 조합장은 지난 2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한 달에 1억씩 들어가는데"라며 사업이 한두 달 늦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쌓여 조합원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매달 약 1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는 입장입니다.
 
이 조합은 지난 4월 착공신고가 수리됐지만 기존 시공사가 5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실제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총회에서 새 시공사를 선정한 뒤 설계변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합장은 연내 착공을 추진하고 2027년 3월에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업비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도 부담으로 꼽았습니다. A조합장은 2022년 1월 대출금을 추가로 실행할 당시 보증료를 포함한 금융비용이 8%대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당시보다 부담이 낮아졌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대출 관련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 동작구 공인중개사무소에 노량진 정비사업 매매가격이 붙어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수색8구역 공사비 54.7%↑…외곽 사업장은 분담금 압박
 
공사비 상승도 조합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은평구 수색8구역 조합장은 지난 22일 통화에서 종전 3.3㎡당 508만원이었던 공사비를 최근 786만원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장이 제시한 금액을 비교하면 278만원, 54.7% 상승한 규모입니다.
 
지난 23일 은평구가 공개한 수색8구역 감리자 모집 공고에는 총공사비가 2376억1400만원, 연면적은 9만9936.60㎡로 기재됐습니다. 이를 3.3㎡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86만원으로 조합장이 설명한 금액과 일치합니다. 다만 공고에는 향후 변경계약에 따라 총공사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수색8구역은 과거 변전소 이전 문제로 사업 추진 기간이 길어지면서 금융비용도 발생했다는 입장입니다. 조합장은 변전소 철거가 완료된 뒤에는 관계기관의 협조로 행정절차가 빨라졌다며 11월 말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공사비 상승에는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설계변경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정비사업 활성화 세미나에서 박영국 현대건설 팀장이 제시한 주거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공사비는 2021년 3.3㎡당 518만7700원에서 2025년 807만7000원으로 55.7% 올랐습니다.
 
서울 외곽 사업장에서는 오른 공사비를 일반분양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조합장은 "여기 외곽은 일반분양가가 그렇게 높지 않아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를 맞추기 어려워 협의가 길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조합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합장은 사업 초기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나 용도지역 상향 등이 검토됐다면 뒤늦게 계획을 변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사비 상승분을 일반분양 수입 등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윤홍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착공이 지연될수록 조합이 빌린 사업비와 시공사 대여금 등에 대한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전체 사업비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일반분양 물량과 조합원들의 분담금 납부 여력 등을 고려해 사업 참여를 선별하면서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시공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장비와 인력 투입에 따른 단위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의 어려움을 강조했습니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주비 등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고,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공사 관련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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