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부가 내년도 피지컬 인공지능(AI) 예산을 올해 9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하면서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정부의 제조 AI 전환과 로봇 실증 지원 기조가 현대차그룹의 생산현장 자동화·로봇 상용화 전략과 맞물릴 경우 기술개발과 실증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I 대전환과 제조업 혁신 등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내년도 전 부처 AI 예산 16조4000억원 가운데 약 20%를 피지컬 AI에 투입하고, 핵심 기술 연구개발(R&D)과 현장 실증, 데이터·컴퓨팅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투자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000억원을 투자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조·스마트팩토리·국방 등 8대 핵심 분야의 피지컬 AI 현장 실증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력·용수·산단 인프라에도 2조1000억원을 선제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반시설 부족으로 기업의 투자 시기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자율주행, AI 팩토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를 핵심축으로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해 왔습니다. 2028년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가 현장 실증과 함께 전력·용수·산단 인프라에 선제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구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룹은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태양광·수전해 플랜트로 에너지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를 제조·실증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새만금개발청도 지난달 28일 기본 계획을 변경해 로봇·AI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개발 방향을 재편했습니다.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현대차그룹의 민간 투자가 같은 방향으로 맞물릴 경우 관련 사업의 추진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전북 군산시 자동차융합기술원 미래모빌리티테크센터에서 열린 HMG 새만금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신승규 현대차그룹 RH PMO 담당 부사장,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 김재준 군산시장(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장 실증과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접점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생산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AI 팩토리를 확대하면 로봇과 제조 공정에서 대규모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데이터 확보·활용 정책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새만금 로봇 클러스터에는 제조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로봇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능의 공장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정부의 제조 AI 전환 지원이 자동차 부품사의 로봇 부품 공급망 참여와 중소 협력업체의 제조 AI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현대차그룹이 약 9조원을 투자하는 ‘새만금 AI 밸리’의 첫 사업으로, 5조8000억원이 투입됩니다. 이 밖에 수전해 플랜트 1조원, 태양광발전 1조3000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와 AI 수소시티에 각각 4000억원이 배정됐습니다.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클러스터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며, 주요 핵심 시설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GPU 5만장을 탑재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직후 “현대차는 새만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AI와 로보틱스 등 추가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며 “(황 CEO와) 함께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같이 만들어내도록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