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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길로 가야"
새누리 비주류 비상시국회의 개최…청와대 "현 상황 엄중함 깊이 인식"
2016-11-13 16:47:31 2016-11-13 16:47:31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된 촛불집회를 통해 성난 민심을 확인한 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분출됐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2선후퇴를 주장하는 한편 일부에서 하야와 탄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해 들어갔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명은 13일 국회에서 긴급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해 당 수습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 외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는 그동안 당 지도부 퇴진과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촉구해온 당내 비주류 중진 의원들과 초·재선 의원 모임인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모임), 그리고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주축이 돼 마련됐다.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에서 드러난 민심에 주목하면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무게를 두고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2선 후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박 대통령이 지금 이대로 간다고 해서 수습도 되지 않고, 사태도 호전 되지 않는다.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도 “대통령께서는 이제 대통령으로서의 더이상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역할은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준비하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고 덧붙였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되는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제 국민의 함성은 심판이고 또 최종 선고였다”며 “여기에 대해 응답할 책임이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하태경 의원도 SNS를 통해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외침은 대통령이 마음 비우고 모두 내려놓으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결단할 수 없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탄핵 절차를 밟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퇴 요구를 거부해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를 불신임하고, 국정 안정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별도의 ‘임시지도체제’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당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야 하고 당 해체 작업을 즉각 착수할 수 있는 비대위로 가야한다”며 “민심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겸허히, 처절하게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를 수립해 당 해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서울 도심에서 100만 여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데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국정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는 어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하야, 2선후퇴, 새누리당 탈당 등 요구에 대한 입장이 정리됐는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든 것들을 포함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민심 수습책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수석들과의 별도 논의 등을 통해 민심 수습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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