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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ICO 수수방관…'골든타임' 흘려보내고 있다"
규제법령 사실상 전무···형법·자본시장법·외환거래법 '땜질식' 대응
2018-07-17 09:58:18 2018-07-17 09:58:18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암호화폐의 ICO 문제와 관련해 수수방관에 가까운 정부의 지지부진한 정책 속도가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기업들의 ICO가 해외로 옮겨 가더라도 국내법 저촉 가능성은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정부의 허용 및 입법만을 기다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시장이 열리더라도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1년 전 '처벌' 방침 이후 '침묵'
 
정부는 지난해 9월 ICO 금지를 발표하고, 이 행위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여태껏 ICO를 규율하는 법령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추후 ICO행위가 사기 배임죄에서부터 자본시장법, 조세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ICO의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형법 등은 행위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속인주의 효력을 미치기 때문에, 우선 있는 국내법만으로도 리스크를 줄여보자는 몸부림이다.
 
지난 11일 법무법인 광장이 주최한 ICO세미나에서 윤종수 변호사는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국내법에 저촉되며, 현재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법적 리스크가 크다”며 “조세법과 형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암호화폐 성격이 법적으로 성립될지 정해지지 않아 법에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이 먼저, 재산적 가치 인정
 
일단 암호화폐에 재산적 가치가 있고, 몰수의 대상이라는 판결 등의 판단이 나오면서 조세법에 적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 변호사는 “소득포괄주의인 법인세로 볼 수도 있는데 순자산이 늘어난 경우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다”며 “부동산, 주식으로 제한돼 있는 양도소득의 경우 암호화폐가 해당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이 토큰 및 코인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망 행위로 판단될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며 "백서에 토큰 가치나 용도에 대해 거짓된 사실이나 과도한 전망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토큰 사용이 향후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사수신규제 관련법 연구도 필요
 
이어 “투자자들에게 토큰을 판매한 비용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이전을 하는 경우 이를 재물로 보긴 어려워 횡령죄로 보긴 어렵겠지만 배임죄로 인정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수익의 보장을 전제하고 판매를 시도하거나, 사전 동의 없이 투자자 정보를 수집할 경우에는 각각 유사수신 규제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위험성이 있다.
 
ICO가 발행하는 토큰이 증권이나 채권 등으로 분류될 경우 자본시장법이나 외국환거래법 규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3일 암호화폐 세미나를 연 법무법인 동인 역시 ICO가 자본시장법에 적용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고민석 변호사는 세미나에서 “ICO를 통한 토큰과 코인을 증권으로 포섭시킬 때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규모에 따라 모집과 매출신고를 해야 한다”며 “이를 행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제444조와 446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외국환거래법 규제 대상
 
해외 ICO의 경우 대부분 외국환거래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광장의 강현구 변호사는 “거래의 원인행위와 결제행위 모두 외국환거래 규제 대상”이라며 “ICO 법인을 해외에 설립하니 이때 국경간 거래가 발생하고 법인을 설립한 모회사가 발행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이면 해외직접투자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당국은 아직 암호화폐의 법적 성질이 정의되지 않아 신고를 보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별법에 적용될 ICO업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시급한데 정부에서는 금지 정도의 행정계획만 내비쳐서 답답하다"며 "법원에서라도 진지하게 논의되면 좋을텐데 소송이 제기돼야 처분이 따를텐데 그 처분을 정부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발의된 특별법안들 '낮잠'
 
지난 5월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정부에 ICO 처용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여전히 결정된 것은 없다. 전자금융거래법 등 개정안과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법무법인 광장이 지난 11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2018 법무법인 광장 ICO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법무법인 광장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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