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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금융지주 '등' 돌린 국민연금 자동차·제약 눈독
BNK금융 지분, 9.99%…5년만에 10% 아래로 하향
DGB금융, 5% 공시 의무 벗어나…정부규제·은행 리스크 영향
2018-08-21 16:11:16 2018-08-21 16:11:1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지방금융지주사의 지분을 잇달아 매도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방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군림하며 금융권 ‘큰 손’으로 꼽혀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 부품이나 반도체, 제약부문을 사들이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NK금융지주(138930)는 지난 20일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9.99%로 6월 말(10.71%) 대비 0.72%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지분이 1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5월 특정증권 소유지분율(10.04%) 공시 이후 처음이다. 이는 대내외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로 인한 리스크와 채용비리, 금리조작 파문, 정부 규제 강화 정책 등이 발생함에 따라 투자 방향을 바꾼 결정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BNK금융에 대한 지분을 12.97%(2015년 6월 기준)까지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보유주식을 조금씩 매도하며 현재 3257만6440주만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3760만4467주에서 8개월 동안 502만8027주가 장내 매도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또한 롯데지주 등 특수관계인(지분율 11.14%)으로 변경됐다.
 
국민연금은 ’단순 매도’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BNK금융을 둘러싸고 불거진 채용 비리와 금리조작 등의 문제와 개별은행의 부진한 실적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국민노후 자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 부산은행에서는 경영진 일부가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경남은행에서는 대출금리 책정 오류로 30억원 규모가 부당하게 부과된 사태도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남은행이 북한산 석탄 밀반입 수입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해준 의혹도 제기되면서 미국의 제재 가능성도 불거진 상태다.
 
만약 미국이 자체적으로 거래은행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할 경우, 경남은행은 외화차입 제약, 신용등급 하락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역 경기 부진으로 실적 또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남은행은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 대비 25.6% 하락한 1087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BNK금융의 상반기 전체 당기순이익(지배지분)은 3576억원으로 8.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부진과 자산건전성 우려로 BNK금융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8배까지 하락했다”면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의미 있는 반등은 아직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경남은행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상태로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BNK금융은 취약업종 건전성 개선 지연, 지역 부동산시장 약세 등에 이어 최근 북한 선철 관련이슈로 주가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DGB금융지주(139130)의 경우 공시 의무 범위에서 벗어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4.97%로 지난 2월 5.99%(1013만1215주)에 비해 1.02%포인트감소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작년 3월까지만 해도 9.14%까지 올랐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줄어들며 올해 1월에는 삼성생명(6.95%)에 최대주주 자리도 내줬다. 지분 축소에는 박인규 전 DGB금융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CEO리스크’와 채용비리, 지배구조 이슈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분 변동 보고의무가 없어졌다. 기업 지분 5% 이상 보유시에만 공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제주은행에서는 작년 말 11.25% 수준이던 국민연금의 지분 비율이 상반기 말 10.71%로 축소됐으며 JB금융의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은 3.4% 수준으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반면 자동차부품과 반도체, 제약, 화장품 관련주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10%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기의 경우 6월말 11.80%로 1분기 보다 1.4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기업인 DB하이텍은 13.29%에서 13.39%로 증가했으며, 상반기 자동차부품기업인 디와이파워(7.31%)도 새롭게 포함됐다.
 
화장품연구개발 기업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은 10.28%에서 10.85%로 뛰었고, 코스맥스의 지분은 12.60%에서 13.28%로 올랐다. 제약의 경우 부광약품(7.13%)이 새롭게 편입됐으며 GKL(10.14%→11.30%)과 대원제약(9.89%→10.94%) 등의 지분도 확대됐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 한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당을 많이 하고 이익이 많이 나는 곳이 좋지만, 은행주의 경우 금융당국의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계부채 등 정부의 규제 리스크 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은행주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들어 차익 실현차원에서 털어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이를 편입하고 있는 곳에서도 자금이 운용된다”며 “국민연금의 매도를 특정 시그널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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