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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새해에는 함께 살 수 있을까?
2019-01-02 08:00:00 2019-01-02 15:39:15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황금 돼지해라고 한다. 언제부터 돼지 앞에 황금이 붙었는지 모르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돼지 앞에 붙은 것은 아닌지 싶어서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게 불편하다.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지난해 연말 국세청에서 <2018년 국세통계연보>를 발표했다. 종합소득으로 보았을 때 상위 10%가 전체 종합소득의 56.5%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종합소득은 1억 7700만원이었다. 반면 하위 10%의 종합소득은 전체의 0.4%이고 1인당 평균 종합소득은 121만원이었다. 상위 10%가 하위 10%보다 146배가 더 많았다. 근로소득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의 32%를 차지하여 1인당 평균 1억1300만원을 벌었다. 반면, 하위 10%는 전체 근로소득의 0.7%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240만원에 불과했다. 
 
갈수록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가 완화되는 게 아니라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돈을 쫓는다. 종교도 그렇고, 대학도 그러하다. 돈 앞에 굴복한 사회다. 우리는 이런 사회의 야만을 처참하게 확인하는 중이다. IMF에서조차 한국의 양극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이건 재앙이라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는 양극화를 완화할 대안을 정치에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돈만 쫓는 사회의 비참을 이미 여러 번 확인했다. 2014년 세월호참사도 그랬다. 승객의 안전보다는 돈을 위해 불법증개축을 했고, 안개 낀 밤바다로 배를 운항하도록 했다. 2016년에는 구의역의 김군을 통해서 위험한 업무는 노동자 중에 훨씬 더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보았다. 2017년에는 제주도의 실습생 이민호군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고, 2018년에는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씨를통해서 새삼 확인했다. 우리는 이들 죽음 앞에서 눈물짓고 분노했지만, 죽음을 부르는 돈에 대한 욕망사회를 바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죽음들은 그나마 세상에서 관심이라도 갖는 죽음들이지만, 조용히 죽어가는 훨씬 더 많은 이들도 있음을 우리는 안다. 다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도 그들만 탓하고 있다. 얼마나 못났으면, 얼마나 무능하면, 얼마나 노력하지 않았으면 하고 말이다. 가난은 아직도 개인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의 사회인식이 언제나 바뀔 것인지 절망스럽다. 
 
지난 연말 75미터 굴뚝에서 415일을 넘긴 파인텍 노동자들 문제를 풀기 위해서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새들도 둥지를 틀고 살기 어려운 높이의 굴뚝, 발도 펴지 못하고 웅숭그리고 잠을 자야 하는 노동자들, 뼈만 남은 몸뚱이로 투쟁을 외치는 그들 노동자들이 땅에 내려올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결국은 해를 넘겼고, 그만큼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게 입증이 되고 있다. 이런 비참함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는 “굴뚝에만 올라가면 영웅이냐”고 반박했다.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비인간의 전형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도저히 더불어사는 사람 세상을 말하기가 어렵다. 
 
연말과 연시를 굶고 앉았으니 처량하다. 세상이 잔인해져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서글펐다. 새해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고공으로 올라가는 일도, 단식하는 일도 없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 하나 가져본다.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고, 가난해서 배제되고 차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약자가 약자라서 서럽지 않으면 좋겠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청년들이 세상에 대해 절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황금돼지해, 가난한 이들이 절망에서 일어나 더불어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 찾을 수 있는 그런 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소망 하나 빌어본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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