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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경제를 살리는 건 비관론이다
2019-01-04 06:00:00 2019-01-04 06:00:00
김의중 정경부 부장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때. 한국은행 실무팀은 곳곳에서 경제 위기 조짐을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한다. 그러나 경기가 좋았던 터라 정부에서는 위기설에 의심을 제기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뒤늦게 사태 파악을 했지만, 전전긍긍 숨기는 데 바빠 대책 마련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결국 한국은 초유의 국가부도사태, IMF 외환위기를 맞는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과정 속에서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과정을 신랄하게 재현한다.
 
실제 영화처럼 한국은 1990년대 고성장을 거듭했다. OECD에 가입하고 세계 11위 무역대국에 올랐다. ‘아시아의 용’으로 주목받으며 제3세계 발전모델이 됐다. 하지만 1997년 1월23일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일어났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 한은 외환보유고 고갈로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경기악화로 대량실업사태를 맞는 등 국가는 혼돈에 빠졌고 전 국민이 금모으기에 동참해야 했다. 직장을 잃고 산으로, 공원으로 출근하는 아버지들이 늘어났고, 빚에 허덕여 자살하는 이들도 끊이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2007년에는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2008년 9월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할 당시의 부채 규모만 6130억달러. 세계 17위 경제 국가인 터키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고,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때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리고 또 다시 10년이 흐른 지금 경제위기설은 멈추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실업자 수와 고용, 가계부채 증가, 세계경기 둔화 등 나라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2%대 중후반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부문의 소비수요 위축과 기업의 투자 감소, 해외부문의 수출 위축 등은 계속해서 성장률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야당은 이런 상황을 한껏 부풀려 당장 우리경제가 수렁에 빠질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국민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데는 이런 위기론도 한몫 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론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건 낙관론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3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수출액 6000만달러 돌파 등을 나열하며 “12대 주요 경제 지표가 박근혜정부 때보다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내세운 지표들 중엔 단순 취업자 수를 나열하거나 ‘선박 수주’, ‘사업하기 좋은 나라’ 등 통상적인 주요 경제지표와 거리가 먼 것들이 대다수다. 정부를 감싸려는 마음은 가상하나 이런 주장은 결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경제학에서 보는 ‘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나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엄중한 상황임에는 이견이 없다. 경제는 대호황 속에서도 항상 리스크를 모니터하고 세밀하게 대응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지난 두 차례의 경제위기도 안일한 태도와 잘못된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김의중 정경부 부장(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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