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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한국당에선 열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19-02-18 06:00:00 2019-02-18 06:00:00
자유한국당은 당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한 자리 숫자로 맹렬히 쫓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여야 통틀어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두 자리에 육박했다.
 
지지율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고 당권 주자는 세 사람으로 줄어들었다. 그 중 선두인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기간이 무색하게 철저히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닫고 있다.
 
불과 열흘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변화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설 연휴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준' 대변인'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출연을 허락 받았노라"며 TV에 나와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도 모른다",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접견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배박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리고 이종명, 김순례라는 이름이 그리 낯익지 않은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 두 사람이 '대한민국대청소 오백만 야전군 의장'이라는 긴 직함을 가진 지만원씨와 국회 의원회관에 나란히 섰다. 이 의원은 "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 이제 40년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뒤따랐다. 김진태 의원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응원했다.
 
즉 지난 열흘의 키워드는 '박근혜'와 '광주-북한군'였던 것이다.
 
더 짚어보면 본질은 한국당과 이른바 '태극기-강경 우파'의 관계 형성이다. 대체로 정당은 지지율이 하락할 때는 안팎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지지율이 상승할 때는 합리적 온건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을 띈다. 보수, 진보 정당 할 것 없이 마찬가지인 자연스럽고 전략적인 변화다.
 
어려울 때는 위축되면서 강경 지지층 위주로 뭉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산토끼가 눈에 들어오고 확장성을 추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토사구팽이니 배은망덕이니 하는 논란도 벌어지지만 신규 지지층 유입, 집권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으로 인해 상황이 정리되기 마련이다. 집권 전 십년 간 민주당도 이같은 경로를 따랐다.
 
상황 변화 속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간 한국당의 경우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온건파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니 '집권'이라는 단어도 듣기 어려웠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병준-김성태 라인업이 한국당 내에선 상대적 온건파일 것이다. 이들 역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한국당이 선 밖의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막으려고 애쓴 편이었다.
 
하지만 원내대표 교체, 전당대회 국면이 열리면서 오히려 당밖 강경파들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진보 보수와 무관하게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영남에 편중된 권리당원 분포,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상징에 대한 집착 혹은 기대감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터다.
 
최근의 두 파동은 평지돌출이 아니라 이같은 맥락의 부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당의 지도부와 중진급 인사들이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제어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부랴부랴 유감을 표명하고 징계를 단행했지만 족탈불급에 만시지탄이다.
 
만약 당권 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함께 약속한다면 이 흐름은 좀 바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만원 직격탄을 맞은 김진태 대표 후보는 '대선 무효'로 방향을 잡았다. 황교안 대표 후보는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큰 일들을 한 것 아닙니까"라며 특검연장 거부를 공으로 꼽았다.
 
준비되지 않은, 자기 실력 없이 얻은 이익은 스스로 토해내기 마련인가 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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