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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내 손으로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물을 만들자
2019-04-11 06:00:00 2019-04-11 06: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오늘 4월11일.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한없이 초라하다. 나는 지금 상해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곳에 서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의 자격으로 국고 지원을 받아 100년 전 오늘을 기념하러 여기에 왔다. 그러나 스스로 한없이 작아진다. 100년 뒤 200주년 기념식을 하는 후손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초라해도 너무 초라하다.
 
미국은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뉴욕 허드슨 만에 자유의 여신상을 올렸다. 그리고 100년 뒤인 1976년에는 200주년 기념을 위해 당시 포드 대통령이 7월1일부터 5일까지 8차례의 기념비적인 연설을 했다. 그 유명한 '아메리칸 어드벤처'다. 포드는 미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연설을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시작해 의회, 국가기록물보관소, 케네디 센터, 벨리 포지, 필라델피아, 뉴욕, 마지막으로 대자연이 펼쳐진 몬티셀로에서 마감했다. 그는 자유와 행복, 희생정신 등 미국적 가치를 한껏 국민들과 함께 나누었다. 그 사전작업으로 6월29일에는 200주년 기념성명을 내고, 7월3일 텔레비전과 라디오 합동으로 독립 200주년 기념 대통령 메시지를 생방송했다.
 
어느 나라에나 100주년은 각별했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에펠 타워(1889년)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뉴욕 자유의 여신상(1884년)이,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리우데자네이루의 그리스도상(1931년)이 세워졌다. 이 기념물들이 세워지면서 일부 엘리트의 100주년에서 온 국민들이 함께 하는 100주년이 되었다. 머리 속에서 100년이라는 기억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시민들은 그 후 200주년에 앞의 100주년 기념물을 통해 독립과 혁명을 추억하고 현재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포드의 6일간의 200주년 어드벤처보다 더 감동적인 100주년의 기억을 남길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3월1일 시작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운동이 이어졌고, 3월21일 블라디보스톡에서 대한국민의회 정부가 선포되었고, 4월11일에는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 42일 동안의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를 이번 100주년에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감동하는 새로운 역사로 만들 수 없었을까? 3월1일에 대통령의 일회적인 행사, 지식인 중심의 숱한 학술대회와 기념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다. 5000만 국민에게 하나 되는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완상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시대가 기억할 기념물을 왜 만들지 못하는가? 평소 존경하는 원로학자이고 삶 속에서 저항과 실천으로 후학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셨다. 그래서 자못 기대도 컸다. 그러나 42일 동안 한국 역사에서 황금 같은 기간을 무기력하게 아무 감동 없이 시간만 보냈다. 그리고 100주년에 관한 한 정부도 의미 있는 국민적 감동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 탄생한 문재인정부 초기에 보여줬던 '광화문 1번가'의 역동성과 감동은 다 어디로 갔나? 이제 정부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민간이 나설 수밖에 없다. 역시 한국의 새로운 변화는 제도권이 아니라 광장에 있나 보다.
 
당장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 기념물을 만드는 국민 모금 운동을 시작해보자. 파리 에펠 타워는 100주년 그 해에 열리는 만국박람회의 일부로 만들어졌지만, 미국 자유의 여신상은 100주년 8년 뒤에, 브라질의 그리스도상은 10년 뒤에 세워졌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 국민 1인당 1만원씩 내는 모금 운동을 해서 5000만이 참여하는 100주년 기념물 세우기 모금 운동을 시작해보자. 국민 1인당 1만원이면 5000억원이다. 10명의 국민 중에서 1명이 1만원을 내면 500억원이다. 대한공공정책학회가 우선 모금운동을 시작한다. 모금이 축적돼 가는 과정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공개한다.
 
기념물을 세우는 장소는 상징적으로 미군이 철수한 용산시민공원에 하는 것이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용산에 주둔하던 미군이 2018년 6월29일 공식적으로 평택으로 이전했다. 이곳은 1882년 임오군란에 청나라 위안스카이 부대가 주둔했고, 1894년 청일전쟁 뒤에는 일본 관동군이 주군했고, 1945년부터 작년까지 미군의 주둔지였다. 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넘어서 이제 여기에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민들의 기념물을 내 손으로 세우자. 이 기념물을 보면서 200주년에는 후손들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해보자.
 
오늘 여기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앞에 서 있지만, 이 100주년이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럽다. 정부는 100주년의 의미를 올해 초부터 기념위원회를 만들어서 호들갑스럽게 준비를 했지만, 3월1일부터 오늘까지 국민과 함께 하는 100주년의 감동은 없었다.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도 기념물도 없었다. 이제 시민 주도로 100주년 기념물을 만들기 위해 1인당 1만원의 국민모금운동을 시작하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cwl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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