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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음표로 풍경을 그리고 위로하는 '슈퍼밴드' 호피폴라
"우리 음악 핵심은 버림의 미학" 경연 우승 기자간담회①
2019-07-17 17:02:40 2019-07-17 17:02:4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들의 음악은 한 편의 영화처럼 재생된다. 음표는 그 자체로 이미지고, 풍경이며, 위로고, 희망이다. 
 
호피폴라(Hoppípolla). 아이슬란드 간판 밴드 시규어로스의 대표곡이기도 한, 이 네 음절이 네 사람을 엮는 공동의 감정이 됐다. "호피폴라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언어예요. 하지만 음악에서 풍경이 연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아일)
 
지난 12일 음악 예능 '슈퍼밴드'의 초대 우승팀으로 선정된 호피폴라(아일[보컬·건반]·김영소[기타]·하현상[보컬·기타]·홍진호[첼로]). 25만 대국민 투표로 1위에 오른 이들은 17일 서울 상암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음악을 듣다보면 풍경이 떠오르고, 나아가 그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랐다"며 "그것이 우리가 가고자하는 음악 방향과 일맥상통하다고 느꼈다"고 팀명의 의미부터 풀어주었다.
 
'슈퍼밴드' 호피폴라. 사진/JTBC
 
실제로 지난 3개월간 보여준 이들의 노래는 희망과 위로였다. 드럼과 베이스가 없는 소규모 악기 편성이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비움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기타의 핑거스타일과 첼로의 중저음으로 리듬 파트를 보완했고, 감성적이고 처연한 선율들은 증축돼 그들 만의 울림이 됐다.
 
"드럼과 베이스는 없지만 제 기타의 핑거스타일 주법이 리듬적인 부분, 코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진호형의 첼로는 베이스를 대신하고 있어요. 저희 넷이 저희 만의 밴드사운드를 낼 수 있었던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김영소)
 
"뮤지션들끼리 서로 다른 악기가 만나면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서로가 쿨 하게 양보할 줄 아는 팀이었어요. 서로 비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온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요"(아일)
 
'호피폴라' 프런트맨 아일. 사진/JTBC
 
회를 거듭하며 팀은 색깔이 분명한 밴드로 나아갔다. 그랜드 피아노에 두 명이 앉아 보컬 하모니를 맞추는가 하면,(시규어로스 '호피폴라' 편곡) 첼로 앞에 둥그렇게 모인 네 멤버가 현을 누르고 밑둥을 두드리며 기립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아비치 '웨이크 미 업' 편곡) 마지막 무대에서는 아프리카 전통악기 칼림바를 곡 앞뒤에 배치시켜 이들 만의 '동화 같은 소리 세계'를 완성해 냈다.(린킨파크 곡 '원 모어 라이트' 편곡)
 
"대회를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같이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우리 무대가 어떤 영화와 어울리겠다, 하며 생각을 맞추려 했고 그것이 하나의 통하는 감정으로 나아 갔던 것 같아요. 영상이나 이미지적로 합을 맞추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아일)
 
방영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으나 실제 촬영 기간은 총 9개월이었다. 그만큼 각자에게 스쳐지나가는 장면들도 많다. 버클리 음대 스쿨밴드 출신인 아일은 '사우전스 타임스' 때의 무대 기억을 떠올리며 "크레센도가 작아지고 커지는 구간이 있는데, 무대 위 진호형의 아름다운 눈빛과, 현상의 슬픈 눈빛 모두가 열심히 하던 그 짧은 순간이 찬란하고 영화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첼리스트 홍진호는 "클래식만 주로 해왔기 때문에 밴드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며 "1라운드 때 현상이 처음 저를 택해주고 코드 등 밴드음악의 용어를 가르쳐줬는데, 그때의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19세 기타천재 김영소. 사진/JTBC
 
19세 기타 천재란 애칭을 얻은 김영소는 "첫 무대 때 콜드플레이가 직접 트위터에 올렸던 글이 꿈만 같은 일처럼 여겨진다"며 "당시 연습실에서 자고 있다 윤종신 프로듀서가 공유한 인스타 포스팅을 보고 알았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며 동경해 온 밴드가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했었다"고 했다.
 
맑은 보컬로 방송 전부터 드라마OST 작업을 해 온 하현상은 "9개월이 이렇게 빠른지 모를 정도로 너무 빨리 지나갔다"며 "'비움의 미학'에 열려 있던 멤버들과 함께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채워간 것들이 특별했고 만족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우승한 게 꿈이 아니었나 싶어요."(아일) "하루 하루 지나니 부담감도 커지긴 하지만 우승한 팀으로서 좋은 음악을 들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홍진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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