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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마지막 대국, AI '한돌'에 '패'…"좋은 승부에 행복"
이 9단 최종국, 2점 먼저 두고 시작…토종 AI '한돌' 상대로 최종 1승2패
'이세돌다운 바둑', 치열한 난전 이어져…"초중반 선택 아쉬워"
2019-12-21 17:41:31 2019-12-21 17:41:31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한국 바둑의 전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과의 마지막 대국에서 패하며, 25년 바둑 인생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상대로 AI를 택한 이 9단은, 최종국에서 '이세돌의 바둑'을 보여주며 바둑AI에게 승리한 '유일한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기념대국' 최종국에서 이 9단은 바둑AI '한돌'에 맞서 패했다. 한돌의 백 181수 불계승이다. 이로써 이 9단은 한돌과 대국에서 최종 1승2패를 거뒀다. 이세돌 9단은 대국을 마친 후 "오늘 패했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AI와의 최종국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국은 초반 이 9단과 한돌이 서로를 견제하는 난전이 이어졌다. 한돌이 백 39수로 주도권을 잡으려 하자 이 9단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맞서는 수를 놓았다. 한돌의 승률 그래프가 43수 57.6%, 45수 18.4%로 오르내릴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19일 동일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으로 한돌에 첫승을 거둔 이 9단은 마지막 3국은 은퇴경기 최종국만큼은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기념대국' 최종국에서 첫 수를 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한돌은 한번 흐름을 타면 빈틈없는 행마를 이어가는 AI답게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100수에 근접했을 때 승률이 50%를 넘었고, 101수에 승률 55.2%를 기록했다. 뒤이어 103수에서 승률이 71.7%로 오를 정도로 한돌이 확실한 승기를 잡아갔다. 한돌은 이후 '실리 바둑'을 이어갔다. 이세돌 9단은 끝까지 변칙 수단을 쓰며 치열하게 판을 이어갔지만 '감정이 없는' AI의 단단한 벽을 넘지 못했다. 이 9단은 이날 "초중반까진 이세돌다운 바둑을 뒀다"며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수를 당해 많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의 은퇴 경기였던 이번 대국은 양측의 실력 차를 인정하고 기력을 조정하며 두는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첫 대국인 지난 18일, 이세돌 9단이 2점을 먼저 두는 접바둑에선 이 9단이 흑 92수 끝 불계승을 거두며 '역시 이세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9일 호선 방식의 2국에선 한돌이 백 122수 끝 불계승했다. 그결과 이날 최종국은 이 9단의 2점 접바둑이었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기념대국' 최종국을 마친 후 복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세돌 9단은 이번 은퇴 대국을 마지막으로 바둑계를 떠난다. 그는 지난 2016년 구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을 거두며 AI와 맞서 승리한 유일한 바둑기사였다. 여기에 지난 18일 한돌과의 1국에서도 1승을 차지하며 AI와 대결해 2승을 거둔 인간으로 기록된다. 한돌은 올 1월 신민준·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 릴레이 대국에서 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 9단은 1국에서 승리한 후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차이가 궁금했고 확실히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도 이세돌 9단은 2점 접바둑으로 승리를 따낸 1국을 예로 들며 인간이 AI와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그 전략을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대등하게 모양을 펼치면 인간이 AI를 이기기 어렵다"며 "(2점 접바둑이라면) AI의 백돌이 모양을 펼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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