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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엿새 만에 석방…법조계 "형량·죄질 볼 때 의문"
"절차상 허점 파고들었다"…"재판부 결정 유감"
2020-02-26 16:54:59 2020-02-26 16:54:5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엿새 만에 다시 석방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는 형량과 죄질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재항고 사유 자체가 문제이며, 제도상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의견이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26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쉽지 않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으므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내세운 사유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며 "법원 판단의 내용이 문제라기보다 절차상 허점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 재항고를 하면 집행을 정지하도록 하는 제도의 틈새를 노렸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법률상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법원의 판단이나, 그렇더라도 형량이 높아 구속해 대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한 후 대법원에서 보석을 결정하도록 해야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일반적으로 징역 17년은 중형이고, 구속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며 "엿새 만에 석방한 것은 나이와 건강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형량과 죄질을 볼 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수감된 지 6일 만에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경호를 받으며 차량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지열 변호사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보석 조건을 위배한 것도 없었고, 전직 대통령이고, 나이도 있고, 건강도 있는데 어떻게 도주를 하겠느냐고 했는데, 그럼 애초에 구속 사유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나"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도주할까 봐 구속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가 보석 취소 결정을 하면서 재항고할 수 있다는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것도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데, 법원에서 엄격하게 모든 절차를 고지해 주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그런 부분까지 엄격하게 따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허를 찔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350여일간 일반 시민은 누릴 수 없는 보석 상태의 특권을 누려온 이 전 대통령에게 고작 6일의 구속은 너무 짧다"며 "이 전 대통령의 법정구속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이 유감스럽다. 국민이 보기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1심보다 2년이 늘어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석 결정도 취소해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에 다시 구속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25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있는 때 집행 정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견해 대립이 있으므로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 시까지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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