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 은행 웃고 소비자 울고
2025-07-03 06:00:00 2025-07-03 08:00:3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올 상반기까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차) 확대로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져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할 명분까지 주고 있는데요. 기준금리 인하기에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이익 방어에 나선 반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예대차 확대로 반기 최대 실적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9조7646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9조3526억원보다 4.4%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KB금융(105560)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3조2841억원을 달성하며 실적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가 2조8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하나금융지주(086790)가 2조1669억원으로 4.9% 증가한 순이익을 달성할 전망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전년 대비 18.7% 감소한 1조4227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건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에만 10조6419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에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50%에서 2.50%로 1%p 내렸지만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식으로 꾸준히 이자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54%p로 전월 대비 0.06%p 늘었습니다. 3월 1.52%p에서 4월 1.48%p로 줄었던 금리 차이가 5월 들어 다시 커졌습니다. 최근에도 예금금리 인하 속도가 대출금리보다 더 가파른 모습인데요. 5월 기준 저축성수신금리(예금금리)는 연 2.63%로 전월 대비 0.08%p 하락했는데, 대출금리는 연 4.17%로 전월 대비 0.02%p 소폭 조정됐습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디딤돌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하는데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최대 20조원 정도 줄어듭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대략 1800조원 정도로, 정부는 경상 성장률 3~4%를 고려해 당초 연간 증가 폭을 75조원 정도로 관리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명목 성장률 전망치가 1%p 하락했고, 여기에 총량 목표를 50% 수준으로 줄이게 되면 연간 기준으로 20조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익 방어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 잔치는 올 상반기로 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실적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면서 대출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익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7일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주요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섰습니다.
 
지난 1일 우리은행은 금리가 5년 간격으로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3.57~4.77%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연 3.51~4.71%)과 비교해 0.06%p 높습니다. 지표금리가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올려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것입니다. 신한은행은 신잔액 코픽스(COFIX)에 연동돼 금리가 6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같은 기간 연 3.54~4.95%에서 연 3.62~5.03%로 인상했습니다. 하나은행도 가산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73%에서 연 3.83%로 0.1%p 올렸습니다. 
 
대출금리를 올려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주담대 신청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부응하면서도 '잇속'을 챙길 수 있는 셈입니다.  
 
기업대출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였을 때에도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로 대출 성장률을 3~5% 수준으로 유지한 바 있습니다. 안현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총량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기업금융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 대책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의 주담대를 전방위적으로 틀어막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한 가운데 은행권이 대출 금리까지 높이면서 주택을 새로 매수하려는 계획을 세운 소비자는 시름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주담대 금리가 높아지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막기 때문에 대출 한도도 제한받는데요. 일반적인 DSR보다 강력하게 개인의 대출 한도를 옥죄는 스트레스DSR 규제가 이달부터 3단계로 강화돼 대출 한도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은행들이 대출금리까지 올리면서 대출 차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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