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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비밀①)사전녹화로 가르는 아이돌 미래…팬덤은 안다
약점 보완 가능한 사녹, 소속사·아티스트 영향력 한눈에
2024-04-30 14:15:13 2024-04-30 16:07:16
 
 
[뉴스토마토 윤영혜·신상민 기자] '사녹'. 사전녹화의 줄임말인 사녹은 방송자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였는데요. 엔터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이돌 팬덤 문화의 확장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섭외 여부나 방송 일정, 무대 미술과 CG 여부 등에 따라 일부 곡의 무대를 사전에 녹화해 송출하는 방식입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음악방송에서 화려한 세트나 CG가 보인다면 전부 사녹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새벽 시간대 진행되는 탓에 밤샘 대기 문화까지 낳았는데요. 사녹의 숨겨진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신곡 '마에스트로'로 6개월 만에 컴백을 알린 세븐틴
 
30일 하이브(352820)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는 세븐틴이 출연하는 음악방송 '사전녹화(사녹) 참여 신청 안내' 공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지는 두 건이었는데요. 5월5일과 12일 방송되는 'SBS 인기가요'와 5월2일과 9일 방송되는 'Mnet 엠카운트다운'입니다. 각 공지를 올린 시기는 각각 지난 23일과 28일입니다. 세븐틴의 공식 컴백이 29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컴백 이전부터 사녹을 잡아 팬들에게 알린 셈입니다. 피드에는 "벌써 사녹이 잡혔다"며 좋아하는 팬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매니저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획사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 첫주 무대는 대부분 세트 사녹으로 진행하려고 한다"며 "대형 기획사라면 따내기 쉬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븐틴이 2023 MAMA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엠넷)
 
세트 사녹, 많게는 1억원 훌쩍
 
음악방송은 세트 사녹, 생방송 사녹, 생방송으로 구분됩니다. 인기가 높은 아티스트의 컴백 무대일 경우 세트 사녹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세트 사녹의 경우 평균 500~2000만원 정도, 더 들어갈 경우 5000~1억원, 많게는 1억원을 넘기기도 한다"며 "시청률을 견인하는 대형 아티스트일 경우 방송사에서 비용을 일부 부담해 주기도 한다"고 귀뜸했습니다. 
 
음악방송은 한번 방송에 약 10~12팀 정도가 무대에 섭니다. 이 중 세트 사녹은 2~3팀 정도만 가능합니다. 무대 미술을 바꾸고 별도의 장소에서 세트를 설치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방송 출연을 원하는 가수들 30~40팀이 대기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세트 사녹 경쟁률은 15대 1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브·에스엠(041510)·JYP Ent.(035900)·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등 4대 기획사는 상대적으로 세트 사녹을 따내기 유리한 편입니다. 신인이라 해도 데뷔 전부터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 데뷔 무대를 세트 사녹으로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엔터업계 관계자는 "데뷔하는 신인인데도 같은 안무를 4~5번씩 다시 녹화하게 하기도 한다"며 "대형 기획사는 매니지먼트 역량이 축적돼 있어 이번 주 방송 라인업만 봐도 어느 팀이 세트 사녹을 할 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누구 밀어주나" 덕질 위한 판가름 
 
사녹의 가장 큰 장점은 생방송에서 드러날 수 있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차례 녹화를 하면서 최상의 장면을 만들어 수 있기 때문인데요.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시간을 갖고 여러 번 녹화를 하기 때문에 라이브 실력이 떨어져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실력이 뛰어나도 무조건 세트 사녹을 하고 싶어 한다"며 "휑한 무대에서 하는 것과 퀄리티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생방송 때는 모든 팬덤이 뒤섞여 방청하게 되는데 반해, 사녹 때는 개별 아티스트별로 촬영이 진행됩니다. 가수와 팬들만의 오붓한 촬영 현장이 되는 셈입니다. 
 
다만 사녹이라 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여러 팀을 묶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단일팀만 진행할 경우 팬들은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지만 여러 팀이 묶이면 한 공간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팬들과 함께 봐야 합니다. 사녹 내에서도 서열이 갈리는 셈입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요.
 
엔터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팬들도 업계의 생리를 잘 알아서 아티스트의 의상, 무대에 투입되는 비용 등을 보고 회사가 적극 지원하는 아티스트인지 고려해 팬이 될 지를 결정한다"며 "팬들 입장에서는 사녹이 오래 갈 그룹인지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이는 덕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엠넷 '엠카운드타운' 루카스 무대.(사진=엠넷)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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