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화생명 소액주주들이 2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한화생명 공적자금 회수 지연과 주주권 행사 방임 의혹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보가 공적자금 회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탓에 한화생명과의 유착이 의심된다며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 여부를 규명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주주서한 전달 이어 감사청구
1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4일 오전 감사원에 방문해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고발 대상은 예보 최고책임자인 김성식 사장입니다.
앞서 주주연대는 지난 1일 예보 금융정리부 보험정리팀 관계자들을 만나 한화생명 공적자금 회수 계획과 주요 주주로서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당시 1시간 내외 면담도 함께 진행했는데요. 이때 박판서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답변을 주지 않거나 주주들이 납득하기 힘든 답변 수준일 경우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예보가 일주일가량 내부 논의를 거쳐 답변을 내놨지만, 주주연대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판단했습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감사청구서에는 △공적자금 회수 실패와 ‘헐값 매각설’에 따른 업무상 배임 의심 △정당한 주주권 행사의 고의적 방임 및 직무유기 △예보와 한화생명 간 유착 관계 의심 정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감사원에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요구가 담겼습니다.
한화생명 지분 10%(8685만7001주)를 보유한 예보는 2027년 말 예정된 관련 예보채상환기금 청산을 앞두고도 공적자금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지 않고 저평가된 주가를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금채권상환기금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으로, 현재 △한화생명(10%) △SGI서울보증보험(83.85%)의 상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예보는 한화생명 전신인 대한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조5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한화그룹에 지분 67%를 단계적으로 매각해 1조1000억원을 회수했습니다. 이후 △2010년 기업공개(IPO)(1586억원) △2015년(5203억원)과 2017년(1739억원)에 걸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연간 누적 배당금 등으로 잔여 지분을 처분하면서 지금까지 총 2조5071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습니다.
다만 남은 10%의 처분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예보는 2018년부터 9년간 한화생명 지분에 대한 추가 매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공적자금을 손해 없이 회수하려면 한화생명 주가가 1만원 이상으로 올라와야 하지만, 현재 한화생명 주가는 44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매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예금채권상환기금의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시장 상황 등으로 실제 매각은 번번히 미뤄져 왔습니다. 2019년 4월과 2021년 6월엔 한화생명 주식 매각 주관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최근 시장에선 주당 5000원에서 7000원대로 공적자금의 손실을 전제한 매각 추진설이 부상하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습니다. 자산 재평가나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주주권 행사는 소극적인데다 기금 청산까지 촉박한 일정을 핑계 삼아 경영승계를 위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돕는 것 같다는 시각입니다.
한화생명, 20년간 '예보 출신' 사외이사만 9명
주주연대는 예보와 한화생명 간 유착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영공시와 언론보도를 통해서 예보 출신의 고위 관료와 임원들이 퇴직 이후 한화생명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직한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이들이 공적자금의 회수를 둘러싸고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공공기관인 예보와 공적자금에 한해 피감기관인 한화생명 간의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뉴스토마토>가 한화생명의 지난 20년간의 경영공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예보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사례는 모두 9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중 5명은 예보에서 공적자금 회수와 부실금융회사 정리 업무를 담당한 실무 책임자(부장)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박재순 기금관리부장(2007년) △김현철 청산지원부장(2010년) △김광남 리스크관리1부장(2012년) △김장수 청산회수기획부장(2014년) △박태준 회수총괄부장(2016년)이 차례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2018년부터는 같은 자리에 예보나 자회사(정리금융공사) 최고위직인 사장·부사장 출신들이 배치됐습니다. △박승희 전 이사(전 정리금융공사 사장)를 필두로 △이승우 전 사장(2020년) △조현철 전 부사장(2021년) △임성열 전 상임이사(2024년)가 맡았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사외이사 직함에 그치지 않고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겸직하며 한화생명의 경영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2002년 예보가 한화컨소시엄과 대한생명 매각 계약을 맺으면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마련한 견제 장치였는데요. 20년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 취지와 달리 예보와 한화생명 간 인적 연결 고리를 유지하는 통로로 변질된 것이 아니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초기엔 공적자금 회수 실무를 담당하던 현직 간부들이 맡아오다 예보 사장과 부사장, 이사 등 퇴직한 고위직들이 자리를 이어받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주주연대는 "예보와 한화생명 간 장기간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라고 주장하며 공적자금 회수 과정의 독립성과 주주권 행사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예보 관계자는 "공익감사 청구는 주주들의 행동인 만큼 별도의 입장은 없다"면서도 인사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으로 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선임이 불가능해지면서 관련 업무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퇴직 직원을 추천해 온 것일 뿐"이라며 "이는 대주주로서 경영을 견제·감시하기 위한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한 의심에 따른 헐값 매각설 등은 사실과 다르며, 감사가 청구되면 법령에 따라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예금보험공사(왼쪽)과 감사원 사옥. (사진=뉴시스,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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