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 KDDX 사업 책임자 돌연 사의표명에 '뒷말' 무성
"특정업체 유착 의혹 자초 비판에 부담 느낀 듯"
2025-05-19 06:00:00 2025-05-19 11:07:06
신현승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2월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함정사업발전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주무 부서장인 신현승(해군 준장)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1년여간 끌어오던 KDDX 사업 추진이 또다시 미뤄진 것에 대한 군 안팎의 질책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그만둘 만한 다른 개인 사정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역 지원서 제출이달 말 명예전역 
 
18일 복수의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부장은 이달 초 해군에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해군은 신 부장에 대한 전역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명예전역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전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23년 말 군 인사에서 임기제 준장으로 선발돼 지난해 5월 준장 계급장을 단 신 부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5월31일까지입니다. 임기를 1년 앞두고 그만두는 것입니다. 
 
임기제 진급자가 중간에 그 직을 그만두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 때문에 방사청과 업계에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KDDX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이야기와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이야기, '개인 사정이 있다'는 이야기 등입니다. 
 
방사청은 1년여간 끌어오던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지난달 말 확정하려고 했습니다. 지난 4월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관련 안건 상정을 목표로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잇따라 열었고, 이 과정에서 방사청의 안에 반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선행 보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정권 교체기에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방사청이 특정 업체를 편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국형구축함(KDDX) 예상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
 
정치권으로 번진 KDDX '특혜 커넥션' 의혹
 
급기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습니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여야 의원 간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신원식·김용현' 라인이 있더라. 그분들이 (HD)현대 그쪽으로 몰아주려고 이것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왜 그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새 정부 출범까지) 한두 달 사이인데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소설 같은데"라고 맞받았습니다. 
 
다음 날인 24일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곳곳에서 들려오는 제보에 따르면 방산과 권력의 커넥션을 의심케 한다"며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것은 방산 비리로 규정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모든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부 의원은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 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는 어렵다"며 "당장 방산 알 박기를 멈추기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박 의원 등이 의혹을 제기한 소위 '라인'의 실명이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이들이 모두 파면된 전 대통령 윤석열씨와 인연이 있었던 만큼, 논란이 커졌습니다.
 
어찌 됐든 정치권의 문제 제기 이후 방사청은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 추진 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친 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방사청 안팎에서는 신 부장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신 부장이 스스로 그만두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는 게 대체의 평가입니다. 
 
"문책성 사퇴" 대 "순수 개인 사정"
 
군 관계자는 "7조8000억원 규모의 국가사업을 1년이 넘게 끌어오면서 중재나 해법 제시 등의 역할을 못 했다는 무거운 질책과 특정 업체 특혜 의혹을 자초한 데 대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 말고는 그만둘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추정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미뤄지면서 자기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새 사람이 와서 새롭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차원에서 전역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방사청 관계자는 "문책성 경질은 아니다"라며 "순수하게 개인이 선택한 일이고, KDDX 사업 외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떠날 생각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