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수출 중국전선 점검)홀로 남은 반도체도 '위태'…프리미엄 고도화 '살길'
(①휴대폰·가전·반도체)휴대폰·가전 0%대
반도체 매출 급감…중국 기술자립 가속화
전문가들 "아이폰 벤치마킹"과 "정부 지원"
2025-07-09 16:20:35 2025-07-09 17:03:00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폭풍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의 필요성도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러시아·일본 동북아 3국은 한국 기업에게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는 ‘오래된 미래’이자 버릴 수 없는 거대 시장입니다. ‘권토중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K-수출 주력 상품(반도체, 휴대폰, 가전, 자동차, 배터리)의 중러일 3국 흥망성쇠기를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_편집자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2008년 13개 → 2024년 3개. 
삼성전자의 중국 내 법인 수는 16년 만에 77%나 줄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시작된 중국 시장 진출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14억 인구의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상대로 한 K-수출 전략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뒤로 하고 현재 암중 모색 중입니다. 삼성과 LG 모두 한때 13개의 현재 법인을 운영할 정도로 잘나가던 K-전자는 어쩌다 지금의 상황을 맞았을까요. 
 
삼성전자 중국 텐진 휴대폰 공장. (사진=삼성전자)
 
중 정부 개입에 힘겨워진 K-전자
 
사실 중국 시장 공략은 처음부터 녹록치 않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해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자,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정부의 개입은 본격화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초기에 거의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며 내수 시장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퀄리티였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중국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은 1~2위권을 유지하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대형 LCD·LED TV 부문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습니다. 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백색 가전'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2012년과 2013년에는 연속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하이얼, 미디어, TCL 등 중국 가전업체들은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가격을 낮추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습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토종 브랜드들이 급부상하며 가격과 품질 양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제품보다 자국 제품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6년 7월,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고 결국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쇠퇴와 철수…남은 건 ‘브랜드’
 
이후 한국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3년 정점을 찍고 2018년 이후로 0~1% 수준에 머무르며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약 80% 수준입니다. 가전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14년 18억달러 수준이었던 대중국 가전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5억달러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현재 중국 내 TV, 세탁기, 냉장고 등 대부분 품목에서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80~90%에 달합니다. 
 
양사가 잇따라 중국 내 생산 기지를 철수한 배경입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톈진 스마트폰 공장을 시작으로, 2019년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 2020년 쑤저우 PC 공장과 텐진 TV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LG전자는 2020년 유통을 맡았던 ‘하이프라자’ 중국 법인과 함께 쿤산·톈진 생산 법인을 정리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도 위기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2017~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매출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2017년 67.8%에 달했던 수출 비중은 올해 42.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67% 정점서 내리막…반도체도 위기
 
물론 영원한 강자는 없습니다. 언제든 시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일지 모릅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후발 주자는 보통 저가 시장부터 잠식해 들어온다”며 “시장을 잃으면 매출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무너져 연구개발 여력도 약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고 해도,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흐름 자체이므로, 지금 상황을 안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재공략을 위해선 중국 현지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고도화가 해법일 수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도 한때 정치적 이유로 중국 브랜드에 밀렸지만 곧 반등해, 현재는 상위권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삼성과 LG의 부진은 정치적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중국 내 입지가 견고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AI 기반의 가전 간 호환성과 연결성을 강화해 프리미엄 중심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 번 실패한 곳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불가결합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중국과 한국 간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가 급감하진 않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수출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1위 교역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애국 소비 심리와 자국 브랜드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재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마케팅과 동시에 중저가 제품을 원하는 현지 소비자에 맞춘 투트랙 전략으로 꾸준히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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