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구조적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분기에도 실적이 악화되거나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뉴시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석유화학업계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됩니다. LG화학의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3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롯데케미칼은 141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며, 금호석유화학도 전년 동기 대비 30.56% 줄어든 827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됩니다.
문제는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석유화학 부문만 놓고 보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증권업계는 LG화학의 2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이 8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1분기 손실(565억원)보다 확대된 수치이며,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1분기 1266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분기도 1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대로라면 2023년 4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1206억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827억원에 그칠 전망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의 부진에 대해 “상반기 내내 전방 수요 부진과 원재료 가격 급락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해 있어,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시장 평가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 3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일제히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내렸습니다. 또 한기평은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구조 개편과 자산 리밸런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수처리 관련 사업부를 잇따라 매각하며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섰고, 금호석유화학도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자구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서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업계 개별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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