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브콜' 직후 최선희 러시아행…북·미 회동 '불투명'
북, 최선희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소식 전해
외무상 부재에 "만나지 않겠단 메시지" 해석
전문가들 "회동 가능성 아주 배제할 순 없어"
2025-10-26 17:55:38 2025-10-26 17:57:52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경우 북한의 외교 수장이자 김 위원장의 핵심 수행원인 최 외무상이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7월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 트럼프 방한 앞서 일정 공개…친러 행보도 '지속'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로씨야련방 외무성과 벨라루씨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로씨야련방과 벨라루씨공화국을 방문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26일에서 28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에서 3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찾으면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진행되더라도 최 외무상은 해당 기간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선 최 외무상의 이번 러시아 방문 일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만남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4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하고 싶다"며 "김 위원장도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9월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밝힌 대화의 조건 중 하나인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발언도 내놨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의 메시지가 나온 후 최 외무상의 러시아 순방 소식을 전했는데요. 사실상 트럼프와 만남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선 최 외무상의 해외 일정이 공개된 것을 두고 북·미 정상 간 회동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여기에 최 외무상의 방문지가 러시아인 것도, 미국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북한의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민감한 시기에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내보낸 것은 일관적인 러시아 혈맹 중시 노선을 재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트럼프와 회동 거부를 시사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2019년 6월 깜짝 회동 때 최 외무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가 부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미 회동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아직까지 10~20%의 회동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회동 가능성 낮아졌지만…트럼프 돌출행보 막판 변수
 
북·미 회동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10월30일 일정이 비어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또 북한은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와 깜짝 회동을 했던 장소인 판문점 견학을 중단했는데요. 이어 판문점에서 미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9월21일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도 만남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포기하고 현실을 인정하며 평화공존 의지를 갖는다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의 핵보유국 수준으로 인정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은 것인데요.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공개적으로 밝힌 메시지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쉽게 회담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박 교수는 "두 나라가 장외전으로 메시지를 신랄하게 보내고 있는데,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거듭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상대이기에 (김 위원장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인 파급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안전 보장 등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위한 쇼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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