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유라시아)(2)연해주 밥상, 같은 하늘 아래의 맛을 만나다
'작은 도시'로만 보기엔 너무 넓은 연해주
땅과 바다가 준 자연의 선물
연해주의 산물, 한국인 식탁에 오르다
2025-11-14 06:00:00 2025-11-14 06:00:00
은사마Ⅱ(은퇴한 사람들의 해외 마을 만들기)는 단순한 은퇴자 주거 모델이 아닌, 초고령 사회와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와 개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가 전략입니다. 해외 거점에 형성될 은퇴자 커뮤니티는 항공·관광·헬스케어·부동산 산업을 잇는 신수요를 만들고, 동시에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의 교두보가 됩니다. 거점도시는 결국 한국형 개발협력(ODA), 글로벌 공급망 전략, 문화 교류의 실제 인프라가 됩니다. 은사마Ⅱ의 1차 거점은 라오스 비엔티안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두 도시 거주자들의 기고를 통해 이 전략의 향후 전개 방향을 살펴봅니다. 본 기획에서는 한국 기업의 극동 러시아 진출 교두보이자 항만·물류·관광·에너지 산업이 교차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펼쳐지는 한러·유라시아 교류의 현장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생각보다 넓고 가까운 곳, 연해주 진짜 모습
 
러시아 연해주(프리모르스키 크레이)와 인근 국가 지도. (이미지=구글맵)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 방문객들은 주로 공항과 시내 중심부, 그리고 루스키섬 정도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해주를 한국의 지방 소도시 정도 규모의 작은 지역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루스키섬은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가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 남단의 섬으로, 매년 개최되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총리,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언론인 및 주요 기업 등 금융·경제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프리모르스키 크레이)의 크기는 인접한 다른 주 지역보다는 다소 작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연해주의 크기가 대한민국 면적의 약 1.65배 정도라고 알려주면 대부분의 한국 분들은 놀라워합니다. 러시아가 참 큰 나라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서울·경기 지역, 강원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제주도 등 각 지역의 산과 들, 바다와 강의 지형에 따라 날씨가 다르고, 이에 따른 특산품도 다릅니다. 이곳 연해주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나홋카, 그리고 북한과 인접한 슬라뱐카 등 도시별로 각기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연해주 내의 블라디보스토크뿐 아니라 주요 지방 도시들이 어떤 모습으로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여행자들이 어떻게 이 도시들을 즐기실 수 있는지 이 글을 통해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한국과 가장 닮은 곳, 연해주가 가진 힘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모습. (사진=유리 시바첸코)
 
저는 한국과 오랜 인연으로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강릉, 춘천, 포항, 울산, 거제, 목포 등 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각 지역 음식과 요리 방법에 대해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지역별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한국인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듯 연해주는 한반도 북단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산맥을 '백두대간', 동쪽 바다를 '동해'라고 부릅니다. 그 산맥과 바다가 연해주 남쪽의 산세와 동쪽의 바다와 맞닿아 있으니 같은 뿌리의 자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연해주 각 지역의 특징과 발전 방향을 한국이 이뤄낸 결실과 자주 비교해 생각해봅니다. 한국과 가장 가깝고 지형과 기후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 땅과 바다 자체가 연해주만의 큰 장점이자 이 지역 발전의 성공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자연이 정해둔 섭리를 잘 따라가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송이버섯부터 킹크랩까지, 한 자연이 만든 두 나라 맛
 
오랜 옛날부터 연해주에는 머루, 다래, 두릅, 고사리, 쑥, 냉이, 밤, 도토리, 잣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자연의 선물들이 풍부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숲에서는 다양한 버섯들이 채취되는데, 가을이 되면 한국과 향과 맛이 같은 자연산 송이가 많이 납니다. 물론 가격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저렴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그저 향이 특이한 버섯일 뿐이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송이버섯은 최고의 식재료인 듯합니다. 
 
여기 사는 제 한국 친구는 가을철이 되면 송이버섯을 몇 킬로그램씩 사서 냉동해두었다가 이듬해 봄까지 고기와 함께 구워 먹거나 라면에 넣어 끓여 먹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매우 부러워할 것이라며 웃곤 합니다. 
 
이제 바다로 가보겠습니다. 한국인들에게 명태나 킹크랩은 이미 러시아 특산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인삼이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의 특산품으로 알려진 것처럼 말입니다. 잘 아시듯이 원래 명태는 한국 강원도 동해 지역에서 흔하게 잡히던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명태와 명란이 이곳 연해주에서 잡혀 한국과 일본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킹크랩과 대게의 대부분도 극동 러시아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청어, 고등어, 가자미, 연어, 새우, 홍합, 가리비, 성게, 해삼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됩니다. 
 
특히 자연산 광어는 러시아에서 감자와 양파를 곁들여 오븐 찜 요리로 즐기는 고급 요리 중 하나인데, 한 마리만 잡아도 열 명 이상이 함께 먹을 만큼 큽니다. 해삼 역시 한국이나 중국산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곳 연해주를 해삼이 많은 지역이라는 뜻의 '해삼위(海蔘威)'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심부의 러시아 정교회 '포크로프스키 사원(성모 보호 성당)’ 전경. (사진=유리 시바첸코)
 
지난번 글에서 저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공기와 햇빛 등 날씨 이야기를 전하며 이곳이 얼마나 한국과 가깝고 서로 닮아 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의 많은 먹거리가 같은 자연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멀리 떨어진 나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사실은 아주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해온 것입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이번 주말에는 가족 토론회를 열어 연해주에서 나는 식재료로 한국식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즐기는 '한국인의 밥상',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유리 시바첸코 루스퍼시픽그룹 컴퍼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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