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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 15: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최근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기능을 분리해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효율성과 개발 속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이 같은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B토마토>는 주요 제약사의 연구개발 자회사 설립 사례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과 모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신약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그 열매는 달콤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에 제약사들은 R&D 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을 분담하거나 모회사에서 아예 분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회사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 R&D 자회사 설립 1년만에 흑자 전환
일동제약은 지난 2023년 11월 단순 물적분할 방식으로 R&D 부문을 분사해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설법인 유노비아를 설립했다. 당해연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의 자회사 설립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보고서에서 사측은 R&D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적자가 장기화됨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커져 강도 높은 쇄신을 결정, 그 일환으로 R&D 부문을 물적분할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유노비아는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추진력과 유리한 투자유치 환경을, 일동제약은 경영실적 향상과 재무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었다는 부연이다.
신약 연구개발에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해야 할 제약사의 입장에선 장기간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를 모회사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동제약의 리스크 분담 사례를 알아보려면 회사의 별도기준 실적을 살펴보는데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노비아 설립 이전 일동제약은 2021년부터 별도기준 영업적자를 기록, 2021년 555억원 손실, 2022년엔 72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는 유노비아가 설립된 2023년 4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자회사 신설 이듬해인 2024년에는 498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연구개발비 절감이다. 일동제약의 별도기준 연구개발비는 2022년 125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974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해 94억원까지 감소하며 전년 대비 10분의 1로 감소, 2022년 19.67%에 달했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4년 1.54%까지 대폭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3분기 동안 연구개발비로 268억원을 투입하며 지난해 연간 투입 비용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6.46% 수준을 유지했고, 별도기준 영업이익 187억원을 시현하며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R&D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옮겨갔을 뿐 그 비용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일동제약의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2022년 1276억원(매출 대비 20%), 2023년 1112억원(매출 대비 18.5%), 2024년 463억원(매출 대비 7.5%)등 별도기준 비용에 비해 감소폭이 더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미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일동제약이 분할 결정을 내린 시기 작성한 보고서에서 "유노비아는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실적에는 R&D 비용이 계속 반영이 되지만 향후 유노비아의 펀딩으로 일동제약의 지분율이 낮아진다면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R&D 아니더라도 역할 분담 통한 비용 절감 효과 기대
일동제약에 앞서 지난 2020년 5월 100% 자본출자 종속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출범시켰던 제일약품 역시 일정 수준 R&D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일약품의 연결기준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0년 243억원, 2021년 390억원, 2022년 487억원, 2023년 491억원, 2024년 408억원인데, 같은기간 제일약품이 별도기준 재무제표에서 비용으로 인식한 경상연구개발비는 2020년 242억원, 2021년 312억원, 2022년 311억원, 2023년 330억원, 2024년 291억원이다.
즉, 전체 연구개발비용에서 모회사가 비용으로 인식하는 금액의 비중은 2020년 99.59%에서 2024년 71.32%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비교적 최근에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를 보유한 제약사 대열에 합류한 종근당 또한 모회사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종근당이 R&D 기능을 모두 신설 자회사 아첼라에 이관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 828억원 중 판관비 및 제조경비 회계처리 금액 774억원의 절감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회사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8287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이었는데, 영업이익에 추정 절감 비용을 단순 합산 시 1124억원이 된다. 즉, 영업이익률이 4.22%에서 13.56%까지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종근당의 경우 R&D 부문을 전부 자회사로 이관한 일동제약과는 달리 개발만 전담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로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또한 아첼라는 종근당으로부터 넘겨받은 신약 후보물질 3개에 우선 집중한다는 전략인 만큼 이 같은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지만 향후 아첼라가 외부 혹은 종근당으로부터 도입하는 파이프라인이 많아질수록 모회사인 종근당이 부담해야만 했던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종근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종근당의 기존 R&D 부문은 그대로 유지되고 아첼라는 일부 파이프라인 개발만 전담한다"며 "종근당의 경우에도 몇몇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비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차원에서 아첼라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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