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해 예방 '안전감시단'이라더니…DL 인사팀 문건엔 "outflow를 목표로 관리"
DL이앤씨, 9~10월 본사 직원 120여명 안전감시단 배치
언론엔 "현장 안전관리 무한 책임 시공사로서 역할" 설명
인사템 내부 문건엔 '궁극적으로 outflow(내보냄) 목표'
'제대로 일하는지 수시 점검'→'부적응 인력 도태 유도'도
DL이앤씨 "회사 공식 아닌 개인 의견…최종안과도 달라"
2025-11-19 06:00:00 2025-11-19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DL이앤씨가 본사 직원들을 안전관리단으로 발령하기 직전 작성한 문건엔 "궁극적으로 Outflow(유출)를 목표로 관리"하고 "부적응 인력 자연 도태 유도"한다는 내용이 적혔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퇴사를 유도하려고 직원들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한다는 직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DL이앤씨 내부 문건이 확인된 겁니다. 인적 자원(Human Resources) 분야에서 'outflow'는 통상 조직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이탈', 즉 퇴사를 의미합니다. 이는 안전감시단 발령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인력 확충이라던 DL이앤씨의 설명과 배치됩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월4일부터 <(단독)DL이앤씨 '안전감시단' 전보 논란…"나가라는 신호" 대 "안전인력 보강"> 기사 등을 통해 DL이앤씨가 지난 9월 초와 10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본사 직원 120여명을 안전감시단으로 발령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세이프티 페트롤'(Safety Patrol·안전 순찰)이라고 불리는 안전감시단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이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일을 맡습니다. 

당시 DL이앤씨 내부에서는 회사가 기존 직무와 무관한 업무에 직원들을 배치한 걸 두고 구조조정을 위해 퇴사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DL이앤씨 측은 "현장 안전관리에 무한 책임을 지는 시공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본사 정규직 인력을 배치하여 (안전감시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월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DL이앤씨 본사의 인사팀은 지난 9월2일 전국에 있는 주택 건설 현장 현장소장과 안전관리팀장 120여명에게 이튿날(9월3일) 화상회의를 참석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시기는 DL이앤씨가 본사 직원 80여명을 안전감시단을 첫 발령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화상회의는 감시단 배치와 관련해 운영과 평가 방안을 안내하기 위해 계획됐습니다. 
 
문제는 인사팀이 현장소장과 안전관리팀장에게 보낸 메일에 첨부된 문서 내용입니다. 화상회의에서 사용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로 추정되는 파워포인트(PPT) 중엔 '안전 패트롤 업무 점검·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이 담겼습니다. 
 
본지가 해당 문건을 입수해 살펴보니, 거기엔 안전 패트롤 업무 점검 방식과 처분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우선 DL이앤씨는 안전 패트롤 업무 점검을 일일·주간·월간 단위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점검에 대한 결과는 '정상·유의·심각'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주간 점검에서 '3회 연속 심각 판정', 월간 점검에서 '총 3회 미흡 판정'을 받으면 '즉시 인사 조치'를 하도록 했습니다. 
 
DL이앤씨가 작성한 문서 '안전 패트롤 업무 점검/관리 방안' 재가공. (이미지=뉴스토마토)
 
아울러 DL이앤씨는 '안전 패트롤 관리 방향'을 "Sink or Swim"으로 하고, "궁극적으로 Outflow를 목표로 관리→제대로 일하는지 수시 점검(문제 인력 Challenge)→부적응 인력 자연도태 유도→우수 수행자 안전직 전환 유도(자격 취득 지원)"라고 명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안전감시단으로 파견된 직원들의 업무를 수시로 평가해 부적응 인력은 자연도태를 유도하고, 적응 인력은 안전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력을 내보는 걸 목표로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됩니다. 'sink or swim'은 가라 앉거나 헤엄쳐 살아남거나란 의미인데, 부적응 인력의 자연 도태와 적응 인력의 생존을 빗댄 말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DL이앤씨 직원 A씨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본인 업무와 전혀 다른 안전감시단이란 직종으로 변경돼 부당하게 발령을 받았다"며 "회사는 이후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회사는 안전관리를 강화한다고 포장해 직원들을 권고사직할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직원 B씨는 "회사는 현장에 적응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적응이 안 되도록 1시간마다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평가라기보다는 사람을 괴롭히고, 스트레스 주기 위한 것. 나중에 인사위원회를 열고 적응을 못 한다고 내보내려고 하는 수작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DL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편, 해당 문건에 대해서 DL이앤씨 측은 "회사 인사팀 내부에서 만들어진 문서는 맞지만, 이 시기 만들어진 여러 버전 중 하나일 뿐 최종본이 아니다"며 "(9월3일에 화상회의를 했지만) 해당 문서로는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인사팀 직원 개인의 생각이 담긴 문서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거듭 "공식 문서였으면 해당 문서로 교육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 교육도 하지 않았다"며 "(문서를 작성한 직원)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소 노무법인 HRS 공인노무사는 "구조조정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해 법적 요건이 엄격하므로 많은 기업에서 전보 발령으로 인력 감축을 유도한다"며 "이번 전보 발령도 구조조정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한 사전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어 "'부적응 인력 자연 도태를 유도'하고, '우수 수행자는 안전직으로 직무를 전환'하도록 자격 취득을 지원하는 복지 혜택도 명시돼 있다"며 "근로자 개인이 전보 발령된 인력에 대한 자연도태 유도 방안과 복지 혜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문건을 인사팀 직원 개인 의견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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