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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09: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최근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기능을 분리해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효율성과 개발 속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이 같은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B토마토>는 주요 제약사의 연구개발 자회사 설립 사례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과 모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제약사들이 R&D 전문 자회사 혹은 그룹 내 계열회사를 활용해 신약개발 전문성을 높이고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외부 투자 유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조달 자금을 양분 삼아 국산 신약 허가와 같은 실제 성과 사례들이 나오면서 R&D 분업화 전략의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으며, 이 같은 구조전환은 제약업계의 새로운 신약개발 공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사진=온코닉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전문성 내세운 독립 법인…외부 자금 조달 용이
일동제약(249420)그룹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000230)는 지난 2019년 5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의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전임상 단계 혹은 개발 초기 제품을 사서 글로벌 임상 개발 및 사업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 단계별로 라이센싱 아웃으로 수익실현하는 사업 모델을 영위한다.
아이디언스는 출범과 동시에 일동제약이 발굴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개발코드명 IDX-1197)' 관련 개발권리를 인수해 후속개발 작업에 착수했으며, 같은 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말 회사는 설립 이후 약 1년만에 400억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FI) 자금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246690), 미래에셋캐피탈,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사측은 회사의 파이프라인 확보 능력 및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이디언스는 확보된 투자금으로 당시 미국 허가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던 베나다파립의 임상개발을 가속화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동아에스티(170900)와 25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및 베나다파립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회사는 또 한번의 자금 유치와 함께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본격적인 영업 성과 도출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도 눈에 띈다. 2020년
제일약품(271980)이 100% 출자로 설립한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 역시 출범 이후 시리즈A~B 투자를 통해 총 56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고,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개발코드명 JP-1366)'를 '국산신약 37호'로 품목허가 받았다.
이후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같은 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202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는데 성공했고, 조달 자금은 2년간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인건비와 임상비용, 기타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제약사들은 R&D 전문 자회사, 혹은 계열사 등 독립법인을 활용함으로써 일반적인 벤처기업과 같이 시리즈 A, B, C 투자 라운드에 이어 IPO를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모양새다. 특히 소수의 파이프라인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성과 도출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실질적인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모회사 수익성에도 기여…실효성 입증 신약개발 '새 공식'
조달한 자금을 밑거름으로 자회사에서 본격적인 R&D 분업화 성과가 도출되면서 모회사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378억원의 매출과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60억원 대비 530% 늘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결국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로써 모회사의 연결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실적 개선은 단연 자큐보 덕이다. 지난해 10월 자큐보의 국내 출시 이후 제품 판매 매출은 누적 345억원에 달하며, 지난해와 올해 자큐보 관련 기술이전 매출은 각각 90억원, 91억원으로 집계된다.
또한 제일약품 입장에선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진전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보고서에 기재된 자큐보 특허권 사용 계약을 통해 온코닉테라퓨틱스로부터 수취한 금액은 반환의무 없는 금액 총 3억원, 임상3상 1·2차 마일스톤 20억원, 기술수출계약 계약금 정산 27억원, 1st IND 승인 마일스톤 2억원, 기술수출 마일스톤 정산 22억원 등 총 74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국내 임상 2상을 수행하고 있는 이중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네수파립(개발코드명 JP-1366)' 라이센스 아웃 계약 관련해서는 총 25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견제약사 R&D 분업화 전략의 핵심은 자회사로 연구개발 기능을 이관하면서 모회사는 기존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자회사를 중심으로 혁신신약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신약 출시와 개별 상장 사례 등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R&D 분업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업계의 신약개발 '새 공식'에 발 맞춰
종근당(185750)도 신약개발 구조 전환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범한 자회사 아첼라 역시 개발 전문 회사로 후보물질 도입과 임상개발, 기술이전을 전담하며 외부 혁신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적극 확보하는 NRDO 모델을 표방한다.
종근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첼라를 활용한 외부 투자 유치 추진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다만 그런 가능성들은 열어두고 있다. 말 그대로 개발 전문회사이다 보니 좋은 물질이 있다면 향후 외부에서 도입을 해서 개발할 수 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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