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3특검(김건희·내란·채해병특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10건 중 절반 가까이(45.8%)가 기각된 걸로 집계됐습니다. 김건희특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30%대지만, 채해병특검은 청구한 구속영장 10건 중 기각된 게 9건이나 됩니다. 지난해 일반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이 22.9%인 것을 감안한다면, 특검이 정해진 수사 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신병 확보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종합한 바에 따르면, 3특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김건희특검 32.0% △내란특검 38.5% △채해병특검은 90.0%로 집계됐습니다. 기각률은 각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 대비 발부·기각 건수를 따진 수치입니다. 3특검의 평균 구속영장 기각률은 45.8%에 이릅니다.
먼저 구속영장 기각률이 가장 낮은 건 김건희특검입니다. 김건희특검은 3특검 가운데 구속영장을 가장 많이 청구했으면서도 가장 많이 영장을 받아냈습니다. 지난 22일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주포로 꼽히는 이준수씨를 구속하는 등 총 16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겁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일 도주한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의 경우, 특검은 그를 도주 55일 만에 체포한 뒤 재차 영장을 청구해 구속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구속영장이 가장 많이 기각된 건 채해병특검입니다. 채해병특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이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채해병특검이 신병 확보에 성공한 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단 한 명뿐입니다.
기각률과는 별개로 기각 건수가 가장 적은 건 내란특검입니다. 내란특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5건에 그칩니다. 하지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내란을 방조했거나 가담했다고 의심받는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엔 실패했습니다. 아울러 내란특검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추 의원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됩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국회의 의결 정족수를 확보한 상황이라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일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법원이 한 전 총리, 박 전 장관 등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어서 추 의원의 영장 발부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제3의 주포로 지목된 이준수씨가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3특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에 관해 우려가 담긴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수사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반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은 △2022년 18.6% △2023년 20.4% △2024년 22.9%입니다. 이는 3특검 가운데 가장 낮은 기각률이 낮은 김건희특검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통해 구속영장은 심사하면서 피의사실에 대한 범죄 소명이 부족하거나 구속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기각합니다. 이 가운데 구속의 필요성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입니다. 즉 피의자가 증거를 없앨 위험이 없거나 도주할 가능성도 적다면 거의 대부분 구속영장은 불허됩니다.
내란특검은 박성재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가담했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내란특검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이후 무려 4주에 가까운 '보강 수사'를 통해 두 번째 영장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추가된 범죄 혐의와 확보된 자료를 종합해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재차 불허했습니다.
법원은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하여도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김건희특검도 김건희씨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구속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김씨는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건 혐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무리한 영장 발부'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채해병특검입니다. 이에 대해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10번째 구속영장 청구인데, 어떤 부분에 부족함이 있어 9번 기각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따로 말씀드리진 않겠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매우 두텁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공소유지 단계에서 내용들을 확인하면 충분히 법원을 설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구속영장을 받아내 구속기소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설사 영장이 기각됐더라도 불구속 기소해서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채해병특검은 지난 21일 "약 2년간 피의자들이 은폐했던 'VIP(대통령) 격노' 실체를 파악했다"면서 윤석열씨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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