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속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추격에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부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933.5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합산 점유율은 3.5%포인트 하락한 16.0%로 집계됐습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오히려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판매 부진 영향을 받았고,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인 BMW와 리비안의 판매 둔화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메타플랜트 가동 효과를 보고 있지만 전체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업계 1위인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한 355.2GWh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지켰습니다. 비야디(BYD)는 36.1% 늘어난 157.9GWh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습니다. 두 업체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CATL과 BYD는 원재료 확보부터 배터리 제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원가를 대폭 낮췄습니다. 공급업체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소유하면서 비용을 통제하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습니다. 2006년부터 배터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중국은 보조금, 충전 인프라, 기술개발 등 전방위적 지원을 쏟아부었습니다. 2015년에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소비자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기업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까지 도입하며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웠습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것입니다.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따라잡았습니다. CATL은 셀투팩 기술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압축해 고효율 제품을 생산했고, BYD는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목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며 가격과 성능 최적화에 집중했습니다. 이들은 이제 중국 시장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SNE리서치는 “각 지역의 정책 환경 변화와 기술 전략 재편이 맞물리며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며 “내년 이후의 시장 경쟁력은 글로벌 단위의 사업 확장보다 전략적 포트폴리오 운영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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