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에 법적비용 전가 금지? 우회 수단 '수두룩'
2025-12-17 13:32:52 2025-12-17 14:16:1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가산금리에 각종 법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와 각종 수수료 인상, 대출 심사 강화, 저신용·저수익 여신 축소 등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수익 방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 하락 체감 '글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출할 때 반영하는 가산금리를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지급준비금,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은 앞으로 가산금리에 반영이 금지됩니다. 다만 일부 보증기관 출연금은 출연료율의 50%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미만까지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계산합니다.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포함되는 법적 비용은 교육세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료, 법정출연금 등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 규준이 도입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이미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비용은 제외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에서는 교육세와 상품별로 다른 서민금융진흥원·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상당수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법안엔 향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법적 비용 반영 금지 규정' 준수 여부를 연 2회 이상 점검하고 기록·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은행은 최대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고 임직원은 해임 권고도 가능합니다.
 
산술적으로는 대출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만 이러한 효과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재조정하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법적 비용 인하 효과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에 법적 비용 반영을 제한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실제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교육세는 교육시설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 목적으로 걷는 세금입니다. 정부는 연간 수익금이 1조원 이상인 금융사가 부담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올리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교육세가 인상되면 은행들이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해 결국 차주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교육세의 가산금리 전가 금지를 명문화한 것입니다.
 
은행권은 지난 2012년 대출 모범 규준을 제정을 통해 교육세를 대출금리 가산금리 구성 항목으로 포함시켰고, 이 결과 대출금리가 5% 수준일 때 금리를 2~4bp(1bp=0.01%p) 정도 추가로 올리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은행권에서는 교육세와 보증기관별 출연금 비율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할 경우 최대 0.3%p 인하 효과가 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위적 가격 개입 지속
 
가산금리 손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대출금리 인하 기대 폭이 미미해 대출 차주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최종 대출금리 변화는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가산금리를 낮춰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최종 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입니다.
 
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었습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소비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가산금리에) 반영 금지라는 개념은 기준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법 적용의 혼선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교육세율 인상으로 대출금리·보험료 등 금융·보험 서비스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존재한다"며 "우대금리 혜택 축소 등 우회적인 방법 고려 시 세율 인상에 따른 세 부담 전가를 제도적으로 막는 방안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시스)
 
특히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셧다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는 그밀 하단이 연 4%대로 올라섰고 상단은 연 6%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p 가까이 올랐습니다. 5년 고정형은 더 심각합니다. 한 달 사이에 금리 하단이 무려 0.5%p 넘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자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예금금리까지 높이자, 연쇄적으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도 9월부터 오르고 있습니다. 전날 발표된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전월 대비 0.24%p 오르며,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이 노골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법적 비용 반영 금지에 대한 사항의 준수 여부를 내부통제 기준에 반영해야 하는데요. 대출금리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내부통제 관리 부실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게 됩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와 신용 리스크가 높은 환경에서 대출금리 하락으로 바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대출금리)에 법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풍선효과가 대출 심사 강화나 저신용·저수익 여신 축소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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