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배우자 이모(49)씨가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을 지낸 2년 동안 21억원을 편취했다는 내용이 고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소는 통일교로부터 제기됐으며, 경찰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이씨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고가의 명품 가방과 아동복 등을 구매한 뒤 공적 업무에 지출한 것처럼 꾸미거나, 개인카드를 사용한 뒤 이중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법인카드 사용액을 청구하는 등 허위 회계처리 수법으로 거액을 횡령했다는 것이 통일교 쪽 주장입니다. 특히 통일교 쪽은 윤 전 본부장이 김건희씨에게 전달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2073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도 사적인 목적으로 구매해 대금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이씨의 지출 및 청구 내역 등 구체적 횡령 의혹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의 현안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일교, 윤영호 아내 이씨 고소…혐의는 '횡령'
7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통일교 쪽 고소장을 보면, 이씨는 지난 2021년 5월13일부터 2023년 4월30일까지 총 861회에 걸쳐 21억7400여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고소당했습니다. 먼저 통일교 쪽은 같은 시기 이씨가 사적 목적으로 개인카드를 쓴 뒤 이를 공적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꾸며 824회에 걸쳐 13억460여만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소장에 첨부된 ‘사적 목적 지출에 대한 보전 청구’ 목록을 보면, 공적 업무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명품 구매 내역이 수십 차례 등장합니다. 2021년 9월27일 오메가 남성시계(1071만원), 10월15일 까르띠에(4100만원), 11월26일 반클리프 보석(2110만원), 12월30일 루이비통 여성 도트백(1396만원), 2022년 2월13일 샤넬 여성 가방 액세서리(2012만원), 5월12일 불가리 반지(3888만원), 2023년 1월17일 크리스찬디올 명품(1500만원) 등을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명품관에서 구매한 뒤 이를 청구했다는 겁니다.
특히 2023년 1월25일 하루에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식사와 명품 선물 등의 명목으로 15회에 걸쳐 총 1630만원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영용품(2022년 5월17일·64만원), 어린이대공원(2022년 5월28일·14만원), 아쿠아리움(2022년 8월2일·5만원), 네이버페이(2022년 8월5일·205만원), 교원구몬(2023년 2월10일·14만원), 웅진씽크빅(2023년 2월27일·27만원) 등 가족과 연관된 지출로 보이는 내역도 수십여 차례에 달합니다.
통일교의 고소장에 첨부된 '사적 목적 지출에 대한 보전 청구' 목록 중 일부를 발췌했다. 맨 위는 이씨가 명품, 보석 등 사치성 물품을 구매한 뒤 금액을 청구했다는 내역들이다. 반클리프 보석과 오메가 남성 시계 등에 수천만 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온다. 2023년 1월25일 하루 동안에만 15차례에 걸쳐 1630만원이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사용된 경우(가운데)도 있었다. 맨 아래에는 김건희씨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이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구입 내역이 나와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소인인 통일교 쪽은 고소장에서 “2022년 12월31일자 회계 전표를 보면 버버리 칠드런에서 103만원을 결제한 영수증을 제출하고 정산을 받았는데 당시 고소인 교회에서는 어린이의 명품 옷을 살 이유가 없었고, 피고소인의 자식이 3명이 있었던 점에 비춰 자녀들의 옷을 산 영수증을 교회에 제출하고 정산을 받았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상황”이라며 “수많은 명품 가방이나 골프용품 구매 내역이 확인되지만, 교회 내에서는 사치성 물품들이 외부인에게 선물로 제공되거나 교회 내 특정 장소에 보관돼 있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치성 물품도 피고소인 부부의 사욕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건희 샤넬백·그라프 목걸이도 ‘청구’
김건희씨에게 선물로 전달된 샤넬 여성 가방 역시 이 같은 방법으로 비용을 청구 받았다는 것이 고소인 쪽 주장입니다. 고소장에는 2022년 4월6일(1437만원), 2022년 6월24일(3차례·1982만원) 샤넬 여성 가방 액세서리 구매 내역을 두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김건희 전 영부인에게 전달된 고가의 명품 선물’을 구매한 뒤 그 비용을 마치 교회를 위해 사용한 것처럼 꾸며 보전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고소장에는 김건희씨에게 전달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한 구체적 구매 정황도 담겼습니다. 고소인 쪽은 “피고소인은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던 것을 기화로 사적 목적으로 상품권을 이용한 지출을 마치 고소인을 위해 사용한 것처럼 꾸며 고소인의 비용으로 보전받기로 마음먹었다”며 “2022년 7월29일 사적인 목적으로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구매한 뒤 2022년 9월23일 해당 구매가 고소인을 위했던 것처럼 재무 담당 직원에게 영수증을 제공해 자신의 계좌로 그라프 목걸이 대금을 송금받았다”고 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이 밖에도 통일교 쪽은 이씨가 △영수증을 이중으로 청구해 두 번 대금을 받거나(1억7400여만원) △법인카드 사용 후 이를 개인카드 사용으로 속여 돈을 지급받고(180여만원) △2022년 1월7일 총회 하사금과 2022년 5월30일 통일교 창립 기념식 상금 및 하사금 등을 허위 회계처리해(6억3000여만원)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편 지위 이용, 윤영호 공모”
고소장은 특히 이씨가 자금 편취·횡령 혐의와 관련해 남편인 윤 전 본부장의 지위를 이용하는 등 공범 혐의에도 무게를 뒀습니다. 고소장은 “윤영호가 세계본부장, 피고소인이 재정국장으로서 교회의 내부 감시망으로부터 벗어나 있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허위 정산을 통해 교회 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의심이 됐다”며 “윤영호는 세계본부의 사무를 총괄하는 세계본부장이자 피고소인의 남편일 뿐만 아니라 착복한 자금을 함께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소인의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통일교 쪽의 이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에 대한 사기·횡령 혐의에 대한 고소장.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씨에게 전달한 명품 선물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현재 통일교 측의 이씨에 대한 고소 사건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이송돼 본격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씨가 통일교에 제출한 전표를 확보하고 그 용도와 목적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씨는 지난해 9월2일 자신에 대한 고소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교단 내 자금 기획과 집행은 모두 본부 내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재정국장으로서 보고와 결재 라인을 거쳐 통상적 행정 집행을 했을 뿐, 사적 착복이나 편취는 결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