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통일교 정치권 금품 청탁 의혹 ‘키맨’인 윤영호(구속)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윤석열정부 시절 캄보디아 공적 원조(ODA) 사업에 관여한 정권 인맥을 발판으로 부동산 개발과 카지노 운영권 등 이권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진법사 전성배(구속)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구체적 사업 진행 방향을 상의하거나 청탁하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캄보디아 개발사업 청탁이 오로지 ‘교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과 배치됩니다. 김건희 특검팀도 윤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을 모티브 삼은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를 만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왼쪽) (사진=훈센 총리 SNS)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가 벌인 캄보디아 ‘메콩 피스파크 프로젝트’(MPP)와 별도로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개발사업 ‘지디피인터내셔널 SPC’를 추진했습니다. 캄보디아에 부동산 개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이를 운영사(GP)로 하고, 건진법사 전씨를 통해 금융기관 등을 투자자(LP)로 끌어들인 다음 최종 단계에서 펀드 청산을 해 1000% 가까운 거액의 수익을 실현하려는 구조였습니다.
이는 민관 합작형 SPC를 설립하고 자금 조달을 위한 사모펀드를 꾸린 뒤 막대한 이익금을 챙긴 화천대유의 대장동 개발사업과 유사합니다. 실제 그는 이 계획에 대해 “민간 협력사업 모델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VIP들 지분을 처산하여 VIP들에게 완벽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메모했을 정도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건진법사와 수차례 사업 모의
윤 전 본부장이 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배경에는 기존 MPP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외에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 건진법사 전씨 같은 윤석열정부 실세와의 인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사업자금 조달 및 방법과 관련해 전씨와 수차례 모의하는 등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윤 전 본부장과 전씨의 문자 대화 내용을 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2년 12월17일 14시27분 전씨에게 “제가 갑자기 훈센 수상 예방을 20일 하게 됩니다. 한국 VIP 의전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국 답방 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안제(의제)는 일전에 논의드린 캄보디아 피스파크 개발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었습니다.
지난해 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전씨는 “네. 개발사업은 진행하시는 게 좋아요. 다리 공사는 차관식으로 캄보디아에 기증하면 되고 개발은 큰 이득을 가지고 올 겁니다. 정상회담은 답방으로 최상의 카드네요”라고 답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통일교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캄보디아 프놈펜시에 수억달러 상당을 기부체납하려던 계획을 세운 윤 전 본부장은 ‘한캄 우정의 다리’를 기부체납하는 대가로 개발사업 추진 인허가 취득을 계획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모종의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화도 등장합니다. 전씨의 조언을 들은 윤 전 본부장이 “그러면 그리 논의하겠습니다. VIP는 고문님께서 조율해 주시어요. 큰 그림 함께 만들어 보시어요. 그리고 PF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다녀와서 희림 대표도 같이 한 번 뵐게요”라고 하자, 전씨는 “금융권은 윤한홍 의원이 해결할 수 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한 VIP 관련 조율을 전씨에게 부탁하는 대화도 예사롭지 않은 데다, 산업은행 언급은 투자자로 산은을 끌어들이려 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같은 문자 내용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해 4월 윤 의원은 “저는 전씨의 공천 요구나 인사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강하게 의혹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듬해인 2023년 4월12일께 윤한홍 의원과 만날 약속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직전 전날인 11일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의 통화에서 윤 전 본부장은 “그런데 내일 또 누구 점심에 만나냐 하면 윤한홍이라고 만나요. 윤한홍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하신 분입니다. 윤핵관 중에 한 명입니다. 권성동만큼 윤석열 대통령하고 가깝고(…) 이 사람이 정무위원회 위원장이에요. 대통령하고 술친구, 술도 마시고 영부인 너무 아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한국에 산업은행하고 기업은행을 움직입니다.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쪽을 캄보디아의 주거래은행으로 해 줄 수 있냐 이런 얘기를 내가 그러니까 해 볼려고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금융권은 윤한홍 의원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전씨의 조언대로 일이 진행된 셈입니다.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문자 메시지 재구성 화면.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전씨와의 대화에서 윤 전 본부장이 말한 희림 대표는 특검 수사에서 윤 전 본부장과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대표 노트북에서 통일교 측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특혜 청탁과 관련된 문건들을 확보했습니다.
훈센 총리 등 친분 언급 투자 권유
지디피 사업과 관련해 윤 전 본부장은 개발 대상 토지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고 현지 정부와의 소통 등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인 주주 외에 캄보디아 측 주주를 다수 구성하는 안도 세웠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통일교 내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는 “2022년 12월 캄보디아 방문시 통일교 관련 ㅅ건설사 대표, 총무국장 ㅈ씨 등과 동행했는데 현금 10만달러를 빨간색 종이가방 아래에 담은 후 페라가모 가방을 위에 얹고 이 종이가방을 만찬시 캄보디아 인사에게 전달해 다음날 바로 시민권과 여권을 받았다”며 “그의 여권은 2022년 12월19일부터 2032년 12월19일까지가 유효기간인데 국적란에는 캄보디아인으로 적혀있다”고 했습니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한학자 총재의 눈 밖에 난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5월 세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이후 그는 지디피 사업에 더 속도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해 9월22일 지디피파운데이션이라는 회사를 자신의 명의(이듬해 봄, 처제 명의로 대표 변경)로 세운 그는, 그즈음부터 훈센 총리와 그의 아들 훈마넷, 국회 외교위원장 등을 지낸 수오스 야라 등 캄보디아 측 정계 인사와의 친분 등을 언급하며 사업에 참여할 지인들을 모았습니다. 2024년 3월24일에는 조모씨에게 “해외 투자해서 지분을 가져보겠나. 거의 600%. 내가 spc를 ㅈ법무법인과 준비할 건데, 사적으로는 못 들어가요. 국가단위 ‘Youth Festival 아시아 협의 완료. 현 캄보디아 수상 훈마넷”이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를 만나 MPP 사업 등을 보고하고 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사진=훈센 총리 SNS)
캄보디아 EDCF 확대한 기재부
이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은 구체적 사업 진행을 위해 사업 타당성 평가 등 기업 쪽 인사와의 접점을 늘리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7월11일 윤 전 본부장은 전씨에게 ’대우건설 한 번 만날 수 있을지‘ 물어보면서 ’캄은 무르익었다‘고 전하자, 전씨는 ’대우건설을 희림 권기재와 연결해 두었으며 필요하면 연결해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캄보디아 EDCF 제안을 위한 도시계획서류를 준비하는 등 정부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도 착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윤석열정부는 한-캄보디아 EDCF 정책협의와 한-캄보디아 EDCF 현지 구매 워크숍을 개최하고, EDCF 협력 확대 및 내실화를 목표로 하는 자료를 발표합니다. 특검팀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윤 전 본부장 쪽 청탁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정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윤 전 본부장의 SPC 사업은 캄보디아 쪽과 기초자금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무산됐습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은 캄보디아 ODA 사업 수주 등을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건희씨에게 6천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1천만원 상당 샤넬가방 각 2개 등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지난 2024년 8월 배포된 기획재정부의 ‘한-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협력 확대 및 내실화’ 보도자료. (사진=기획재정부)
특검팀은 지난달 10일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 나머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등에 징역 2년 등 총 4년을 구형했습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주도한 통일교 ‘정교유착’ 행위 중 실제 청탁이 실현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최후진술에서 “교단의 명령을 정언적 명령으로 받아들인 것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기소된 혐의 가운데 교단과 무관한 제 개인적 사적 동기는 없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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