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설비 '한계'…지역전력 '우회로' 찾아야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현장 벽'
30GW 수준 설비도 3배 이상 늘려야
호남·제주는 '계통포화'로 병목 지대
송전망 중심 해법은 '시간적 한계'
"지역 내 전력 생산, 소비 구조 만들어야"
2026-01-12 17:45:15 2026-01-12 18:14:0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100기가와트(GW)로 설정했지만 정작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 지역의 전력망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호남·제주 전역이 '계통포화'로 묶이면서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은 원칙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송전망 확충에만 의존하는 중앙집중식 계통 대책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지역 주도형 전력시장'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해 4월2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2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 관람객이 태양광 모듈 부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설비도 3배 이상↑
 
12일 관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믹스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의 의견 수렴 후 올해 상반기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반영할 방침입니다. 이재명정부 임기 내에는 13차 전기본까지 예정된 만큼, 12차 전기본을 앞둔 여론조사 등의 결과에 따른 계획 변경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선 11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확정 설비 용량을 78GW로 설정했으나 현 정부는 재생에너지 100GW 확보를 공언한 상태입니다. 지난 1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함께 실현하자"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즉,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3년 기준 약 30GW 수준인 설비 용량을 3배 이상 확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신규 설비 설치가 가로막히는 역설적 상황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 비중이 높은 호남 지역의 모든 변전소는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신규 송·변전 설비가 완공되는 2031년 12월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통관리변전소란 수용 용량이 포화된 변전소로서 연계된 발전 설비에 대해 출력제어가 상시 발생할 수 있는 변전소를 의미합니다. 
 
 
12일 기후솔루션 측의 분석을 보면,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포화를 이유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다. (사진=뉴시스)
 
실상은 '계통포화'…계통 접속 '원칙 제한'
 
기후솔루션 측의 분석을 보면,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포화를 이유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습니다. 이 중 호남·제주는 전 변전소가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해당 지역은 송·변전 설비가 완공되는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계통 접속이 원칙적으로 제한된 상태입니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는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및 전력망 건설 지연이라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라며 "대규모 발전소 소재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 중 잉여량은 전력 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전송되는데,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주로 수송하는 신옥천-세종 변전소 연결 345kV의 송전 용량이 포화돼 계통혼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핵심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34만5000볼트(345KV)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 데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만큼, 특별법을 적용하더라도 9년으로 단축하는 데 그친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기존 계획된 송·변전 설비 사업의 절반 이상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어 2030년 보급 목표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2일 경기 하남시 소재 동서울 변전소를 방문해 전력설비 옥내화 건설현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지역 직접 전력구매계약' 대안 제시
 
대안으로 내민 카드는 '지역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확대입니다. 현행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기 중 99%는 10메가와트(MW) 미만의 소규모 설비로 대규모 송전망이 아닌 지역 배전망에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지 않고 지역 내 기업들이 직접 구매해 쓰게 한다면 송전망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예컨대 파주시는 지방정부 최초로 공공 주도 지역 PPA를 추진, 중소기업에 한전 요금보다 저렴한 수준(160원/kWh)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단, 지역 PPA 활성화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행 직접 PPA 계약을 위해 필요한 '발전 설비 1MW 이상', '전기 사용자 300킬로와트(kW) 이상'은 높은 문턱입니다.
 
이를 낮춰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다수의 발전원과 수요자가 참여하는 'N:N 거래 구조(참여자 양방향 상호 거래)'를 허용하고 인근 지역 거래 시에는 망 요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건영 변호사는 "전력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누가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을 계통포화로 묶어두고 송전망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도, 지역균형발전도 어렵다. 지역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구조를 전환해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부담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배전계통 운영자와 시장 운영자의 역할을 분리해 유연성 수요자이면서 발전 자회사를 보유한 한전이 시장 규칙 설정과 거래 상대방 선정 권한을 갖는 이해상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연성 가격 상한을 배전망 편익의 50%로 제한하는 방식은 공급자의 시장 참여 유인을 저해, 재검토해야한다. 분산형 전원이 장기적으로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분산형 전원의 특성을 고려한 용량 정산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2일 기후솔루션 측은 34만5000볼트(345KV)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 데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만큼, 특별법을 적용하더라도 9년으로 단축하는 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