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경고에 가격상한제까지…정유업계 ‘초긴장’
정부, 금주 ‘가격상한제’ 도입
유가, 100달러↑…국내도 상승
정유업계, 수익성 악화로 ‘부담’
“가격 안정 노력…보완책 필요”
2026-03-09 15:15:32 2026-03-09 16:32:29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금주 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고강도 가격 단속에 나서자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격 통제가 현실화될 경우 정유업계를 포함한 석유 관련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시 중구의 한 주유소 가격 안내 전광판에 휘발유 소진으로 인한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9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과 관련해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번주 내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석유 제품의 비정상적인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리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일(현지시각)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897.74원, 경유는 1947.4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중동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7일보다 각각 204.74원(12.09%), 350.4원(21.94%) 상승한 수준입니다.
 
이에 정부의 가격 통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류 제품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검토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부처 합동 점검단은 지난 6일부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가격 상한제와 관련 “거의 준비를 다 마쳤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 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급 불안과 공장 가동률 하락이 맞물릴 경우 고정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생산량은 줄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격 통제까지 현실화되면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일정 수준에 판매해야 해 수익성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가운데)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중동상황대응본부 회의 겸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당장 4월 도착분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내부적으로 공장 가동률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유 수입의 71%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상 수입선을 다변화하더라도 단기간 내 대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이 불안정해지면 시설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까지 통제되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야 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유소 업계 역시 재고 손실과 수익성 악화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세 주유소의 경우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통제되면 공급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주유소 마진률은 1% 안팎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일부 영세 주유소는 적자를 감수하며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유업계를 포함한 석유 관련 업계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안정 노력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업계의 과도한 손실을 막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라면서도 “다만 최고가격제가 도입되더라도 특정 주체의 일방적 희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만큼, 공급가 연동과 손실 보전, 정부 비축유 방출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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