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규의 피지컬 AI)로봇이 넘어진 뒤 혼자 일어날 때, 피지컬 AI는 우리 곁에 더 가깝게 온다
제9회 / 최홍규 연구위원(EBS)·미디어학 박사
2026-05-28 13:41:06 2026-05-28 13:41:06
최홍규 연구위원(EBS) / 미디어학 박사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오는 날은, 그 로봇이 넘어진 뒤 혼자 일어나는 날이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이미 걷고 말하고 보는 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그러나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고, 균형을 잃더라도 스스로 회복해야 한다. 이 두 조건은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다. 어느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로봇은 도구가 아니라 위험 요소가 된다. 2025년 두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이 조건들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한 발로 서는 것, 로봇에게 가장 어려운 일
 
재난 현장에 먼저 진입하는 로봇, 야간 무인 시설을 순찰하는 로봇, 혼자 사는 노인 곁에 서는 로봇. 이 모든 시나리오의 전제는 하나다. 로봇이 그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은 정지 상태가 아니다. 외부 충격, 지면 변화, 무게중심의 이동을 매 순간 조율하는 동적 상태다. 이 조율이 흔들리는 순간 로봇은 쓰러지고, 쓰러지는 로봇은 주변에 즉각적인 위험이 된다.
 
2025년 9월 <로봇 학습 학술대회(Conference on Robot Learning)> 발표 논문 「HuB: 극한 휴머노이드 균형 학습(HuB: Learning Extreme Humanoid Balance)」은 강화 학습 기반 균형 훈련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한 발로 서서 상체를 수평으로 기울이는 '제비 균형(Swallow Balance)', 한쪽 다리를 완전히 뻗어 올린 채 버티는 '이소룡 킥(Bruce Lee's Kick)', 한 발로 서서 한쪽 팔을 들어 올리는 '나타 포즈(Ne Zha Pose)', 이 세 자세를 검증 과제로 삼았다. 셋 모두 인간의 고난도 운동 능력에 대응하는 극한 균형 동작이다. 유니트리(Unitree) 'G1' 로봇에 적용한 실험에서 세 자세 모두 5회 중 4~5회 성공을 기록했다. 비교를 위해 함께 시험한 기존 방법들은 이 자세들을 구현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한 발로 서야 하는 순간마다 균형을 잃거나 자세 자체를 포기했고, 성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깊은 쪼그리기 자세에서는 기존 방법도 부분적인 성공을 보였다. 축구공이 세게 날아오는 충격에서도 로봇은 균형을 유지했다.
 
논문은 이와 함께 왜 가상 훈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도 밝힌다. 문제의 한 축은 센서다. 로봇이 몸의 기울기를 감지하는 데 쓰는 관성 측정 장치(Inertial Measurement Unit)는 실제 환경에서 늘 미세한 오차를 낸다. 센서와 접촉 모델의 작은 오차가 한 발로 서 있는 로봇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훈련 중 1초마다 최대 초속 0.5미터의 충격을 반복 주입했다. 가끔 오는 큰 충격보다 자주 오는 작은 충격이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겪는 예측 불가능한 미세 교란을 더 정확하게 모사한다는 판단이었다. 로봇이 한 발로 버티는 능력은 분명히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 제한된 환경에서만 검증된 단계다.
 
쓰러진 뒤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 짐이 된다.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로봇이 쓰러지는 상황은 언제든 생긴다. 그 다음이 문제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은 혼자 일할 수 없다. 재난 현장에서도, 야간 무인 시설에서도,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2025년 6월 <로봇 시스템 및 과학 학술대회(Robotics: Science and Systems)> 발표 논문「실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기립 정책 학습(Learning Getting-Up Policies for Real-World Humanoid Robots)」은 이 문제를 다룬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연구팀의 작업이다. 논문의 전제는 단순하다. 낙상 후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은 실제 환경에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치될 수 없다.
 
기립(起立)이 어려운 이유는 상황의 다양성에 있다. 넘어진 방향, 바닥의 재질, 경사 여부에 따라 일어나는 방법이 달라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휴먼업(HumanUP) 프레임워크는 2단계 강화 학습으로 이를 해결한다. 1단계에서는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자유롭게 찾고, 2단계에서는 그 방법을 실제 로봇이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느리고 부드럽게 다듬는다. 유니트리 'G1' 로봇에 적용한 결과 기립(起立) 성공률 78.3%를 기록했다. 비교 기준으로 삼은 것은 로봇 제조사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립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률은 41.7%에 그쳤는데, 지형이 변하면 설계된 동작 궤적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조사 프로그램이 작동조차 하지 못한 경사진 풀밭에서도 휴먼업은 기립에 성공했다. 다만 눈밭에서는 미끄러짐과 지면 변형이 겹치면서 두 방법 모두 실패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논문에 그대로 남겼다.
 
로봇의 균형보다 우리의 질문이 먼저다
 
두 논문은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오기 위한 기본 조건들이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균형은 개선됐지만 모든 환경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립은 가능해졌지만 눈밭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로봇은 이미 공장과 물류 창고로 들어오고 있고, 병원과 복지시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술이 준비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현장이 먼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이나 물류 센터, 공공시설에 로봇을 들이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면 제조사의 시연 영상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영상은 가장 잘 통제된 조건에서 찍힌 기록이다. 실제 현장은 조명이 다르고, 바닥이 다르고, 예상치 못한 사람이 옆을 지나간다. 이 로봇이 어떤 조건에서 균형을 잃는지, 쓰러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도입 전에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로봇이 쓰러진 뒤 혼자 일어서는 날, 비로소 그 로봇은 우리 곁에 온 것이다. 진흙밭에서도, 경사진 풀밭에서도, 예상치 못한 충격 앞에서도 스스로 일어서는 로봇. 그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로봇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 곁에 오고 있는 로봇이 아직 일어서지 못하는 조건을 직시하는 것이다. 준비된 질문이 준비된 기술보다 먼저다.
 
최홍규 연구위원(EBS) / 미디어학 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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