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바늘구멍'…공윤위 심사 강화에 금감원 울상
2026-06-05 14:40:51 2026-06-05 14:40:51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심사를 한층 강화키로 하면서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는 특정 기관에 퇴직 공직자가 반복적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이미 엄격한 취업 제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금감원 출신들의 재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정기관 재취업 쏠림 차단 추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윤위는 최근 퇴직 공직자들이 특정 기관에 반복적으로 취업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정 기관이 사실상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쿠팡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6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 부처와 사정기관 출신 전관을 대거 영입한 바 있는데요. 해당 사고가 국민적 공분을 샀음에도 공직자들이 재취업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직 수행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공윤위는 단순히 업무 연관성뿐 아니라 해당 기관의 재취업 이력과 관행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심사 기준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쿠팡 사례를 들어 퇴직자 재취업 관행을 손볼 경우 산업통상부 등 공무원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도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당국 인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재취업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사 검사와 제재, 인허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퇴직 이후 금융권 취업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왔는데요. 금감원은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화된 별도 기준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대해 퇴직 후 3년간 취업이 제한됩니다. 공윤위 심사를 통과해야만 취업이 가능하며,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취업 승인을 받기 어렵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4급 이상 직원이 취업심사 대상이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크게 다릅니다. 금융위 4급은 서기관급으로 통상 과장급 간부를 의미하는 반면, 금감원의 4급은 선임조사역으로 입사 5년 안팎의 실무자도 해당됩니다. 금감원에서 팀장급은 3급(수석조사역)인 점을 감안하면 실무 책임자가 되기 이전부터 재취업 제한을 받는 셈입니다.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현재도 2급 이상 직원만 취업심사 대상입니다.
 
금감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피아(금감원+마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취업 제한 대상이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대폭 확대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금융감독 업무의 특수성과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 권한을 고려할 때 금감원 직원에 대해 더 넓은 범위의 취업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퇴직 후 재취업이 가능한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심사 과정도 까다로운 편인데, 공윤위의 심사 강화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퇴직 임직원들의 진로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높아진 심사 문턱에 내부 긴장
 
실제로 최근 금감원 출신이 공윤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직 금감원 부원장은 신용정보원장 취업 과정에서 공윤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충격을 줬고, 민간 부문에서도 쿠팡 등으로의 재취업 심사가 한층 엄격해진 분위기입니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경우 금감원의 직접적인 피감기관이 아닌데요.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만큼 공윤위가 국민 정서를 반영해 법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미 재취업 시장이 상당 부분 위축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퇴직 후 금융사 감사나 준법감시인, 사외이사 등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어느 정도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승인을 예단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무 관련성 해소 여부와 이해충돌 방지 장치 등을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재취업 기관의 성격과 관행 자체를 들여다보는 분위기"라며 "재직 중인 직원들도 심사 결과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으로 상임감사나 감사위원으로 이동하던 전통적인 진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감독기관 출신 인사를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규제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감독당국과의 소통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윤위가 특정 기관으로의 반복적 재취업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할 경우 금융사들도 인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일 금융지주 계열사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를 반복적으로 영입하는 관행은 심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재취업을 더욱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검사와 제재 권한을 행사했던 당국 출신 인사가 감독 대상 기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강도 높은 업무를 감내하는 배경에는 공공성과 전문성 외에도 퇴직 이후 경력 활용 가능성이 일정 부분 존재했다"면서 "그 통로가 계속 좁아질 경우 우수 인력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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