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이 자본 확충 부담과 높은 손해율 탓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매각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의 대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요. 반대로 매각에 실패할 경우 부실이 대형 보험사들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예별손보 인수 매력도 낮아
15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별손보의 M&A에 관심을 두는 곳으로 교보생명·한국투자금융지주·OK금융그룹·태광그룹(흥국생명·화재) 등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앞서 1000억원대 부실자산이 정리되고 이전 매각보다 높은 예보의 지원이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늘었지만, 여전히 인수 부담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예별손보 재무건전성과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부실이 원매자들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이 상당하고 보유 계약의 포트폴리오 수익성이 우량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예상손해율 99.45%에서 실제 손해율은 103.77%로, 예실차 비율이 4.32%p까지 확대됐습니다. 예별손보의 보유 계약이 손해율이 높고 고위험 포트폴리오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반복됐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많이 받아 갈 만한 사람이 가입한 보험을 부실 계약이라고 한다"면서 "예별손보가 보유한 계약은 손해율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매물로 나와 있는 주요 보험사가 예별손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도 인수 장벽을 더하는 요인입니다. 현재 KDB생명과 롯데손해보험 등이 주요 보험사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교보생명과 한투지주, 태광그룹은 KDB생명의 예비 입찰에도 참여했습니다. 같은 손보사인 롯데손보 역시 최근 적기시정조치 리스크를 덜어내고 본격적인 원매자 수색에 나섰습니다. 이에 원매자들은 매물을 살펴보며 후보군을 저울질하는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후보군 중 태광그룹이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힙니다. 태광그룹은 생·손보 매물을 동시에 살펴보고 있습니다. 한투지주 역시 올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매물을 검토 중입니다.
시장에선 리스크가 있는 예별손보보다 롯데손보와 KDB생명이 더 양호한 매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흥국생명의 경우 1분기 자산 규모가 23조8161억원으로, KDB생명의 자산 16조5576억원과 합쳤을 때 단숨에 업계 6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KDB생명은 지난해 모회사인 KDB산업은행에서 5000억원대 유상증자 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습니다.
롯데손보는 건전성이 양호하고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자산 총계는 14조4103억원, 자본 총계는 61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513억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황입니다.
이에 반해 예별손보는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분기 자산 3조5494억원, 부채 4조368억원으로 자본 총계는 -4874억원에 달합니다. MG손보 시절이던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은 1901억원, -1254억원, -4870억원으로 꾸준히 악화하는 모습입니다.
예보·업계에 전방위적 부담
예별손보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현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1조원대 이상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합니다. 이에 예보는 예별손보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추가적으로 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수자의 자본 확충 부담을 덜어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업계에서는 가격 적정성을 관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별손보 매각 절차는 예보에 원하는 지원 금액과 추가 증자 계획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금융권 관계자는 "예별손보 정상화에 필요한 자본 확충 부담을 고려하면 몇천억 원대 지원으로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예별손보 매각 과정에서 투입되는 자금은 예보가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사 등 금융사들로부터 받은 예금 보험료가 재원이 됩니다. 예보는 금융사의 부실 사태 발생 시 예보가 예금·보험금을 대신 지급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금융사로부터 차등적으로 예금보험료를 수취하고 있습니다. 예보에 따르면 2025 사업연도 예상 예금보험료는 2조5640억원 수준입니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1조원대 지원 규모가 현실화된다면 출혈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보 관계자는 "예별손보 매각에 자금 지원은 검토 중이지만 지원 금액은 말할 수 없다"며 "금융사들에게 받은 예금 보험료가 자원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별손보는 지난달 재공고 입찰이 공지돼 이달 말까지 인수제안서를 받고 있습니다. 예보는 올해 안으로 매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절차가 무산될 경우 예별손보가 보유한 133만여건의 계약은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로 계약 이전 절차를 밟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매각 절차가 성사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계약 이전이 결정될 경우 예별손보의 계약을 선별해서 받을 수 없고 손해율이 높은 계약을 이전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각 계약 건별로 추가적인 전산 구축이 필요할 수 있어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예상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을 엉망으로 한 회사가 예보 산하로 들어가 자금을 수혈받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각 사마다 시스템이 있는데 건 별로 계약 이전이 된다면 시스템과 인력 비용 소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G손해보험 간판과 예금보험공사. (사진=연합뉴스, 뉴시스, 챗GPT 합성)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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