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게임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신작 흥행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저평가된 게임주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는데요. 다만 게임주의 본격적인 반등은 결국 신작 성과와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들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주는 신작 출시와 글로벌 흥행 기대감만으로 성장주 프리미엄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실제 현금 흐름과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 주주환원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따지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게임 업종의 성장 공식이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입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데 반해, 개발비와 마케팅비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신작이 흥행하면 단기간에 매출과 이익이 뛰지만, 기대작이 부진할 경우 마케팅비 부담과 기존작 매출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신작 출시 기대감만으로는 지속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주주환원 확대는 이처럼 달라진 환경 속에서 꺼내든 신뢰 회복 카드입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배당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주요 게임사들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펄어비스, 넷바블, 크래프톤 CI. (이미지=펄어비스, 넷마블, 크래프톤)
최근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곳은
펄어비스(263750)입니다. 펄어비스는 지난 9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배당 정책을 도입하고, 보유 자사주의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연간 100억원과 당기순이익의 10% 중 큰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보유 중인 자사주 280만3945주 가운데 약 50%인 140만3945주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소각 규모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약 540억원입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은 단기적으로 주가 하방을 지지하고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기업가치의 본격적인 재평가는 결국 신작 흥행과 후속 지식재산권(IP) 확장 가능성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붉은사막' 출시 후 이용자 반향과 대중적 성과에 따른 차기작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기업가치의 추가 레벨 업을 위해서는 '도깨비'의 게임성 검증과 구체적인 출시 일정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넷마블(251270) 역시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했습니다. 넷마블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3개 사업연도에 대한 신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주주환원 재원을 연결 조정 지배주주순이익의 40% 범위 이내로 확대했습니다.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1분기 중 자기주식 399만3131주를 이익소각했습니다.
다만 넷마블 역시 주가 흐름의 핵심은 신작 성과와 장기 운영 능력입니다. 국내 대형 게임사 중 가장 많은 신작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작 수가 곧바로 이익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흥행에 실패할 경우 부담이 커지고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지은 KB증권 연구원은 "신작 흥행 실패는 마케팅비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가의 추세적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흥행 성과와 이후 게임의 장기 운영 성과가 함께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크래프톤(259960)은 주주환원과 실적 체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방침입니다.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1조원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합니다. 매년 1000억원씩 총 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7000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견고한 실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71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이익 창출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주가 하방을 지지하기 위한 유용한 방어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의 효과가 빛을 발하려면, 신작들의 글로벌 흥행과 기존 라인업의 장기 흥행 능력이 무대 위에서 증명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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